태극기 무료 증정소 곧 폐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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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태극기를 보듯 한국을 생각해주세요.』
김포공항에서 출국하는 내 외국인들에게 12년 동안 태극기를 나눠준 태극기 무료 증정소가 문울 닫을 전망이다.
문을 닫는다고 해야 공항 출국장 면세매점 앞에 있는 증정대 1개만 철수하면 그만 이라고 그러나 이 증정대를 통해 12년 동안 70여만장의 태극기가 내 외국인에 의해 해외로 나갔고 태극기를 주면서 받은 사인북이 한 트럭 분이 넘는다.
이 태극기 무료 증정소의 주인은 조규구씨(44·서울 중구 신당동 290의42).
조씨는 69년5월 당시 국제선 청사이던 현 국내선청사 2층에 세종상사란 토산품 면세판매점을 열면서부터 태극기 무료증정사업을 시작했다.
조씨는 양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정설구씨(73년 사망)의 『국가의 혜택으로 장사를 하게 됐으니 나라의 관문인 김포에서 돈만 벌지 말고 조국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하라』는 말을 듣고 태극기가 머리에 떠올라 이 일을 하게됐다.
외국인에게는 한국을 잊지 않게 하고 한국인에게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그만인 것 같았기 때문.
한 장씩 나눠주면서 한국에 대한 소감을 적게한 사인북이 1천1백권이나 돼 조씨는 『집이 좁아 더 이상 보관하기가 어렵다』며 국가에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
태극기 한강 만드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2백70원.
태극기 증정소 근무 유급사원 급료까지 합쳐 2억원 이상이 이 사업에 들어갔다.
조씨는 일생동안 이 일을 하려했으나 지난해 8월 새 국제선 청사가 문을 열면서 모든 개인 면세매점이 관광공사로 넘어가 수입원을 잃게되자 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됐다.
지금까지는 15만장의 재고가 남아있어 그런대로 태극기를 나눠주고 있으나 금년내 재고가 바닥나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조씨는 『이 유익한 사업을 국가기관이 맡아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며 태극기 증정사업의 중단을 아쉬워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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