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공과 대화터야 한반도 긴장 완화"|방한한 전미상원외교위원장 「처치」씨 주장|일본도 국방비 늘리고 제3세계 경협확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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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랭크·처치」가 서른둘에 상원에 진출한 56년, 그는 최연소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불과 8년전에 암과의 투병에서 이긴 젊은이 같지앉게 생김새가 훤칠민릇하고 체구가 당당하여 「워싱턴」 정계의 앞날의 거물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정치생활24년째인 작년11월, 「처치」는 「레이건」선풍에 휘말려낙선의 고배를 들고 한사람의 야인자격으로 서울에왔다. 상원외교위의 대명사 같았던 「프랭크·처치」상원의원의 호칭앞에「전」이라는 한마디를 붙이자니 실감이나지 않는다.
청와대로, 외무부로 바삐둘아가는 그를 어렵사리 붙들고 앞뒤없는 질문공세를 폈다.
-62년 한번 한국에 온이후 18년만의 방한으로 아는대 그때의 서울모습은 찾을길 없지요?
△처지=하나의 도시가 이렇게 급속히, 그리고 철저히 모습을 바꾼데 그저 놀랄뿐, 그때의 서울과 오늘의 서울이 연결이 안돼요.
-야인이라고 한가한 유람여행은 아니실테고….
△그렇기나 했으면 오죽 좋겠소. 내가 관계하는 법율사무소의 한국·일본·대만고객들을 만나고, 서울서는 정부 지도자들과 한미관계이야기도 나누러 왔답니다.
-24년 몸담았던 정치권밖에서 보는 정치는?
△내가 상원에 있는 동안 6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거기서 얻은 「감」으로 봐서 「레이건」은 임기 한번으로 끝나고 4년후엔 민주당정권이 될거요. 상원을 떠났다고 소외감 같은것 안느낍니다.
-「프랭크·처치」라면 미국정치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거두의 한사람인데, 귀하의 낙선은 이데올로기적 패배인가요, 「레이건」폭풍에 좌초한건가요?
△후자지요. 내 선거구 「아이다호」에서 「레이건」은 70%, 「카터」는 25% 득표했으니 말다했지요.
그래도 나는 0·8%의 표차로 보수파 하원의원에게 졌어요.
-중간선거에 다시 출마해야지요?
△어쩔까 싶네요. 민주당 정권이 되면 행정부쭉으로 갈까도 싶고.
-한때의 소문대로 국무장관자리 같은걸로?
△해볼만한 자리 아닙니까.
-상원의 「처치」하면 월남전이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확대되는걸 막고 전쟁종결을 촉진한 「쿠퍼」, 「처치」수정안으로 유명한데 지금저꼴이된 「인도차이나」를 보고 죄의식이라도?
△원 천만에. 역사는 우리가 옳았음을 증명했어요. 미국은 월남에 중요한 국가이익을 갖고있지 않았어요. 당초 개입부터 잘못이었지.
-그래도 월남비극의 책임의 태반은 귀하를 위시한 소위 자유주의자들에게 씌워지고 있는데?
△자유주의에도 비둘기파와 독수리파가 있어요. 그중의 독수리파가 월맹은 중공의 괴뢰다, 그래서 월맹을 쳐부숴야 「인도차이나」가 중공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당치도않은 도미노이론을 내세워 월남에 참전한겁니다. 책임은 그들에게 있어요. 비둘기파는 전쟁을 일찍 끝낸「잘못」밖에 없고.
-오늘의 「아시아」쪽을 보면 「레이건」행정부는 대소강경자제, 소련은 태평양군사력강화로 맞서 있어요.
-길은 세력균형위의 안정이냐, 위기 고조의 두갈래같은데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 낙관해요. 이지역 방위는 한·미·일의. 협력체제에 달렸는데 적어도 소련을 상대로하는한 중공의 힘이 가세된거죠. 이나라들은 소련의 위협에 공동의 이해를 갖기때문에 집단노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이좀체로….
△「레이건」의 기대만큼은 아니라도 일본도 국방비를 상당히 늘릴겁니다. 일본의 군사력증강에 헌법상의 제한을 가한게 우리라는 걸 알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쟎아요?
더우기 일본은 자유세계두번째의 경제대국이라 「아시아」·태평양과 다른 제3세계에 대한 경제원조를 늘려 공동의 방위노력에 기여하리라고 봐요.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에 귀하는 뜨막한 자세를 취했지요? 철군안도 지지하고.
△북괴가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것 알고 있어요. 소련위협에 공동대처하는데 한국의 역할도 필수적이고. 한국은 북괴의 군사력을 이겨낼만한 효과적인 현대식장비를 갖춰야 한다는게 나의 입장입니다.
내가 「카터」 감군안에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여 주한미군을 한국군으로 대체할 형편이 되었다고 믿었기때문이지요.
그러나 「카터」 행정부가 한국과 충분한 협의없이 불쑥 철군안을 들고 나온건 잘못입니다. 그런 계획은 충분한 준비와 협의가 필요해요.
-귀하가 국무장관이라면 「키신저」가 말했던것처럼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 중공·소련을 상대로 조용한 막후접촉을 할 용의가 있나요?
△있다마다요. 한국문제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무도 장담못하지만 대화는 꾸준히 시도해야한다고 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끊기는 일이 가장 두려운일 아닙니까.
-「엘살바도르」와 「폴란드」사상에 관한 간단한 언급으로 얘기를 마칩시다.
△「엘살바드르」는 민중의 혁명(Grass-roots revolution)을 방지하기에 때가 늦은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군원에 반대, 경원에 찬성이에요. 군원을 준들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복잡해지니 말입니다. 미국의 직접개입에 반대인건 말할것 없고.
「폴란드」에서는 소련이 서구와의 관계, 「아프가니스탄」침공의 부담때문에 무력개입을 자제할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읍니다.
-「레이건」의 공급사이드 경제정책을 깜빡 잊었군요.
△군사비를 늘리고 세금을 깎고, 그리고 균형예산을 실현한다니 마술을 보는 기분입니다. 내생각으로는 안될것 같아요.

<대화=김영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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