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군 하사 1명 귀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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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6일 상오6시15분쯤 북괴군 제12사단 30연대 2대대 4중대 l소대 소속 이록재 하사(25)가 북괴군의 치열한 총격을 받으면서도 군사분계선을 넘는데 성공, 중부전선 아군 최전방 초소로 귀순해 자유 대한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는 각각 이날 하오 북괴군 이하사의 귀순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북괴군 이 하사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아군초소에 접근할 때 미리 준비한 백색수기를 흔들어 보이며 아군초소에 귀순신호를 보냈다.
이 하사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군초소로 달려올 때 북괴군의 3개 초소는 이날 상오 6시15분부터 7시3분까지 48분 동안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안에 마치 소나기가 퍼부어지듯 수천발의 경기관총 총격을 가해왔다. 이에 아군도 응사, 경기관총교전이 한때 계속됐으나 유엔사 장병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유엔사는 북괴군 이하사의 귀순은 비무장지대 중간의 강원도 철원 계곡에서 일어났으며 아군이 초소의 자체방어를 위해 발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총격전은 중지되었다고 밝혔다.
귀순한 북괴군 이 하사는 아군 최전방 초소에서『김일성 족벌체제가 확립된 후 그 어느 때 보다 심한 전쟁준비독려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북한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하고『남한의 자유스럽고 윤택한 생활을 평소 동경해오다가 휴가도 없고 보급이 제대로 안 되는 비참한 북괴군의 병영생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넘어왔다』고 귀순동기를 말했다.
이 하사는 귀순할 때 북괴군 작업복과 통일화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머리빗 1개, 담배 8갑, 성냥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 하사는 고향이 함남 북청군 가회면 봉의리이며 학력은 고등중학교4년 중퇴다.
고향에는 아버지(58) 어머니(59) 누나(27) 여동생(19) 등 4식구가 살고있다.
유엔사는 이날 이하사가 귀순할 때 군사분계선을 넘어 DMZ에 1천발 이상의 경기관총을 발사한 것은 군사경전협정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히고 즉각 북괴측에 항의했다.
유엔사의 고위장교는 북괴측의 비무장지대 발사사건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군사정전위원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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