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글라이더처럼 활공 대기권 돌입때 교신 15분간 두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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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기권 재돌입>
「콜럼비아」호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위해 두개의 역추진 엔진을 분사한 시간은 예정보다 5분빠른 상오2시21분. 인도양해상의 2백77㎞상공이었다. 이때 우주선의 시속은 2만4천5백㎞. 역추진엔진이 1분27초동안 분사되면서「콜럼비아」호의 표면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상공을 지나 「하와이」 상공에서 계속 고도를 낮추며 비행하는 동안 우주선의 표면온도는 계속상승, 「하와이」북서쪽의 80㎞고도를 비행할때 최고1천4백82도로 달아올랐다.
이때의 시간은 2시51분, 이동안 지상관제소와 우주선간의 통신은 완건두절됐다. 안테나주변 공기의 이온가스화 때문이었다.
통신이 재개된것은 15분만인 3시6분.
『헬로, 「휴스턴」 여기는「콜롬비아」.』 통신 재개를알리는 「영」의 목소리가 우주선 관제본부에 들려왔다. 「휴스턴」에서도 곧『비행이 순조롭다』고 응답, 뒤이어 『엔진가동이 제시간에 작동하고 정확했다』고 「크리픈」이 보고해왔다.
○…통신이 재개될 당시「콜럼비아」호의 고도는55㎞, 시속은 1만3천㎞였다. 「캘리포니아」에 접근하며 「콜럼비아」호는 다시 선수를 아래로 낮추기 시작했다.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즈」공군기지에 접근하면서 NASA소속의 T38제트 기가 「콜럼비아」호 옆을 바짝 따라 붙었다.
착륙 4분30초전에 「에드워즈」기지가 있는 「모하비」사막 동쪽끝에 이르렀다. 「콜럼비아」호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U자회전을 한것은 착륙 1분50초전. 고도는 5천4백26m를 유지했다.
착륙지점 12㎞를 앞두고 컴퓨터로 유도되던 우주선의 조종을 선장 「영」이 직접 맡았다. 이때쯤 우주선속도는 일반 항공기와 비슷한 시속 4백㎞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하…>
로키트선이 비행기로 바뀌어 음속의 25배인 시속 2만4천5백㎞의 속도로 지구접근을 시도한것은「클럼비아」호가 사상 처음이다.
「콜럼비아」호가 사막활주로에 착륙, 귀환할 당시 그것은 비행기가 아닌 한대의 글라이더였다.
때문에 기술자들은 단한번의 시도로 모든것을 끝내야 했다.
「존·영」 「로버트·크리픈」두 우주비행사가 지구궤도를 이탈하는 순간부터 대기권 재돌입을거쳐 조종실을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만사가 순조롭게 작동하지 앉으면 안되었다.
실수는 바로 재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째 두 우주인은「콜럼비아」호의 후미를 앞쪽으로 돌리는 작업을 아무 문제없이 해냈다.
정확하게 착륙 1시간전 인도양과 호주서부지역 사이의 상공에 떠있던 그들은 지구귀환을 위해 2분27초동안 방향조종엔진을 점화시켰다.
점화시간이 너무 길었다면 선체가 너무 빨리 하강, 대평양에 떨어졌을 것이며 너무 짧았다면「캘리포니아」를 통과, 동쪽으로 비행을 계속했을 것이다.
속도가 줄어들자 선체의 앞쪽이 위쪽으로 각도가 바뀌고 따라서 내열타일이 붙은 선체 하부는 대기권재돌입시의 고열을 견뎌낼수있었다.
그때 두우주인은 선체앞부분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것을 볼수가 있었다.
NASA관계자들은 당초「콜럼비아」호가 착륙할때 선체하부에 붙어있는 내열타일이 하나도 떨어져 내리지않을것으로 확신했었으나 실제로 선체 앞부분에서는 몇 개의 타일이 떨어져나갔었다.
대기권 재돌입시에 설사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우주인들은 지상관제소에 그것을 알릴수가 없었다.
그들이 고도1백20㎞지점의 성층권을 돌파하는 동안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대기권에 재돌입한 두우주인은 고도 2백77㎞지점에서 그들이 착륙할 「모하비」사막 상공을 내려다보며 지상관제소와 교신했다.
두우주인은 『한가지 나쁜것은 지구로 내려가는 것이다. 좀더 우주에 머물고싶다』고 농담. 「영」기장은 지상관제소의 「헨리·해츠필드」에게 『내려가면 한잔사라』고 다시 농을 걸었다.

<접지>
「콜럼비아」호는 일반비행기의 7배인 활강각도 22도를 유지하면서 활주로에 미끄러졌다.
착륙작업은 전적으로 컵퓨터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컴퓨터가 고장났더라면 대비극이 일어났을 것이다.
「에드워즈」공군기지의 마른호수바닥이 착륙지점으로 선정된것은 그곳이 워낙넓어 실수에 대비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호수는 바로 천연적인 활주로이며 어느 방향으로나 수㎞씩 마음대로 내달릴수 있을만큼 광활한 면적을 갖고있다.

<착륙직후>
「콜럼비아」호가 착륙을 위해 접근하는순간 「모하비」사막은 초음속비행기가 지나갈때와 같은 굉음으로 뒤덮였다. 착륙할때의 속도는 시속3백46㎞로 같은 크기의 여객기 DC-9기의 착륙속도보다 조금 빠른 경도였다.
착륙직후 세사람의 기술요원이 냄새탐지기를 가지고 접근했다. 유독가스나 가연성 물질들이「셔틀」의 각종탱크에서 새어나왔는지를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귀환을 환영한다. 「콜럼비아」』 관제탑의 「조·앨런」이 이들을 환영했다. 『좋았어, 정말 멋있었어.』「존·영」은 「조」에게 농담을 던졌다.
『「조」니 우리가 직접 격납고로 물고가야 하나?』
「조」의 응수는 『필요없어. 우선 먼지부터 좀 털고보세.』
『그럼 차한잔 마실시간은 있겠군』하고 「영」이 되받았다. 「크리픈」도 「캘리포니아」에 오는 방법치근 참대단하군』하고 한마디.
평소엔 과묵한편인 「영」도 착륙후엔 마음이 홀가분한듯 관제본부에 대고 약간의 수다를 떨었다. 그는 선실창문을 통해 부산스런 바깥광경을 내다보고 있다며 『기술자양반들 활짝활짝웃고있구먼 그래. 납품업자들도 틀림없이 임이 벌어져있을거야』 라고.
「콜럼비아」호를 조립한 「록웰·인터내셔널」 공장에서 온 수천명의 구경꾼들은 「콜럼비아」호가 이틀반동안의 우주비행후 착륙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감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다.
「콜럼비아」호 개발에 참여했던 「록웰」사부사장 「제임즈·메챈」씨는 동사직원수 만명이 현재 모두 울고있다고 말했다.
우주선이 무사하게 착륙한지 8분후에 특별호송대의 한 의사가 우주선안으로 들어가 우주인들의 건강을 일차적으로 진단했으나 아무런 이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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