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잘못된 사실 바로 잡을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26일 대우특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뉴시스]

김우중(78 ) 전 대우그룹 회장은 끝내 울먹였다. 26일 대우특별포럼에서 3분 남짓한 인사말을 하면서다. 하지만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15년 만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과거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을 정당히 평가 받아야 한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대우포럼에서 자신과의 대담집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특강 직후 행사장에 나타나 이같이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가족 모두에게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과 분노도 없지 않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여서 감내하려고 했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 적어도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평생 동안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려왔다. 국가와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는 일만 해 왔다”고 말하는 순간엔 눈물이 맺혔다. 김 전 회장과 대우가 제시했던 수출을 통한 외환위기 극복방안이 묵살됐고, 그 와중에 오히려 그룹이 좌초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주 공개된 신 교수의 책에서 대우 워크아웃에 대해 김대중(DJ) 정부 경제 관료에 의한 ‘대우 기획 해체설’을 제기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 교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봉균(71) 전 경제수석과 이헌재(70)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목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요청 ▶수출금융 중단 ▶워크아웃 사전 검토설 등에 대해 공개질의를 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위기는 위험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정부와 금융기관에 첫째 책임이 있지 대우는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DJ 정부 관료들은 “대우는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에 기대다 좌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봉균 당시 경제수석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대우가 요청했던 수출금융에 대해 금융감독원·수출입은행 등에서 검토했으나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대기업들은 그런 요구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다음 주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상재·김현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