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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아이디어로 특허 내고 창업하고 … 잡스를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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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는 Education(學), Research(硏), Industry(産) Cluster @ Ansan의 첫 글자로 대기업(LG이노텍)과 국가연구소(한국생산기술연구원·산업기술시험원·전기연구원)가 입주해 있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학연산(學硏産) 클러스터 캠퍼스인 한양대학교의 이름이다. 사진은 전자시스템공학과 이병주 교수(오른쪽)가 휴먼로보틱스 연구실에서 혀뿌리암·임파선암 등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로봇을 실험하고 있다. [중앙포토]

漢陽工大는 단순한 대학 명칭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역사를 같이해 온 도전의 또 다른 이름으로 브랜드화돼 있다. 1970~80년대에는 국가기간산업 성장의 중심이었고, 80~90년대엔 첨단 기술 발전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 들어선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역할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에는 이런 한양공대의 전통이 살아 숨쉰다.  

ERICA 캠퍼스는 1979년 당시 최대 산업단지인 반월 시화 산업단지의 배후 연구단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을 배후로 하는 최대의 산업단지다. 이 때문에 시작부터 정부 및 기업과 연계, 특화된 대학으로 성장해 왔고 최근엔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기업과 연계된 수업 및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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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의 실현 ‘COPE’= 융합의 의미를 교육에 접목한 것이 COPE수업이다. COPE는 융합(Convergence), 창의·원천(Originality), 특허(Patent), 사업·창업(Enterprise)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약자로, 융합과 창의(원천)를 특허화해 창업(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2학기부터 ‘특허와 협상’이라는 수업을 통해 학생 특허를 출원해왔다.

 COPE수업의 핵심 키워드는 공학계열 2명, 인문계열 1명, 디자인계열 1명이 한 팀을 구성하는 ‘2+1+1’이다. 송지성 교수(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는 “처음엔 전공이 다른 학생들마다 사고방식이 달라 협업이 잘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론 훨씬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기업에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미리 익히는 기회를 갖는다.

 ◆수업의 결과물 ‘특허’기업에서 산다= COPE 수업의 매력은 결과물을 ERICA캠퍼스에서 특허 출원해 준다는 것. 또 매년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다음 등 대기업의 첨단 기술 및 광고 담당자들을 초빙해 발표회를 갖는다. 처음 이 수업을 시작했던 2012년에 학생들은 드라마 화면에 나타나는 소품에 광고코드를 심어 시청자가 리모컨의 플래시를 쏘거나 음성으로 외치면 브랜드나 가격 등 정보가 나오는 방식 등을 선보였다.

이 아이디어들은 특허출원까지 끝냈다. 2013년에는 ‘Touch Everything!’ 이라는 주제로 90개의 특허출원을 기반으로 TV영상 내 물체 선택을 통한 정보 확인에서 구매까지 연계되는 기술을 선보여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기업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창업복합공간 ‘놀리지 팩토리’= 최근 학연산클러스터지원센터에 창업복합공간 놀리지 팩토리(Knowledge Factory)를 개설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의 학생 창업은 IT기반은 물론 기술창업, 디자인과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 등 다양하다. 창업 동아리들은 연합체를 구성해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며 융복합을 통한 다양성을 추구한다.

 사물인터넷에서 성과를 보인 엔씽(N. Thing)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구글이 운영한 ‘2013 글로벌 K 스타트 업’에서 베스트5에 선정됐다. 디자인대학 학생들 중심의 디자인 창업동아리 하이드래프트는 기업과 제휴해 성과를 내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접목시킨 Whale Design Studio도 융복합 형태를 갖춘 창업동아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속적 국가 지원= ERICA 캠퍼스는 특색있는 교육과 국가 지원이 잘 어우러져 결과를 내고 있어서 주목을 받는다. 한양대는 사립대임에도 정부 정책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산학협력선도대학지원사업(LINC) 선정이다. 1·2기 사업에 모두 선정돼 올해 57억원(총 250억)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수도권 특성화대학(CK)에도 선정돼 36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BK21 플러스사업을 통해 7년에 210억원,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해 약 26억원, ACE사업을 통해 114억원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최근 5년간 700억원 가까운 국가지원을 받았다. 이것이 COPE 같은 혁신 수업이 가능한 이유다.

 혁신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부터 일반 강좌에서도 2013년 1학기부터 매주 목요일을 ‘융합전공의 날’로 정하고 융합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경영클러스터영역, 언어와 세계 문화영역, 인간과 사회 영역 등 5개 영역을 개설해 매학기 10여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매학기 평균 650명이 수강한다.

 COPE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LINC사업단장 김우승(기계공학과) 교수는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고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기 위해 대학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융합·특허·창업을 하나로 묶은 COPE라는 이름으로 이런 교육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수 객원기자 sng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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