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아랍·에메리트」탁구 이재화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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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전 「아랍」토후국)의 탁구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재화씨(36). 이 나라 제2의 도시인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는 꼭 2년 만인 지난 3월에야 조그만 결실을 얻었다.
제7회 「걸프·스테이트」탁구대회에서 항상 하위를 맴돌던 「아랍·에미리트」가 단체전 우승과 함께 개인 단식우승을 차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아부다비」에서 벌어진 이 대회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이 출전, 「아랍·에미리트」가 우승하자 축제무드에 빠졌으며 이씨는 우승보너스와 함께 체육계로부터 칙사대접을 받기에 이르렀다. 『팀다운 팀을 만드는데 만 1년의 걸렸습니다. 처음엔 기술을 제쳐놓고 정신훈련부터 시켰습니다. 금방 실증을 내고 단체생활의 규율을 싫어하는 이들의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 잘하는 선수도 게으름을 피우면 가차없이 제외시켰더니 겨우 팀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이씨는 코치생활 10여 년에 가장 힘든 때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중동으로 진출한 것은 지난 79년4월로 남들보다 한발 뒤늦었을 때였다. 그는 자신이 창단 코치로 6년 동안 6차례 우승을 시키며 동고동락을 해온 KAL코치직을 홀홀 털어 버리고 「아랍·에미리트」진출을 결정하기까지엔 용단이 필요했다고 술회한다. 78년 「방콕」「아시아」 경기대회에 여자대표팀 코치로 갔다가 교섭을 받은 것이다.
처음엔 여자코치만 맡다 남자들을 지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상당히 망설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인구 95만명, 넓이 8만3천㎞의 소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쏟아지는 석유로 「카타르」「쿠웨이트」와 함께 국민소득 1, 2위를 다투는 부국으로 「아부다비」「두바이」 등 7개 부족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축구·배구·핸드볼 등과 함께 탁구도 인기종목으로 부상되고 있다. 탁구대표단은 각 부족 25개 스포츠클럽에서 선발전을 통해 구성되는데 대부분이 중·고생이고 대학생은 단 2명뿐이다. 이들 중 경제학전공의 「할리드·무하메드」선수(4년)는 한국의 석유 값이 자기 나라보다 6배나 비싸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해하기도.
탁구 코치론 이씨 외에 소영인·김명호·주한공씨가 활약하고있으며 배구의 슈퍼스타 강만수와 김건봉 코치가 「아부다비」의 「알자지라」클럽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월봉 1천6백달러에 주택과 승용차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2년 계약한 이씨는 올 재계약에서 무기한 계약과 함께 월급도 2천 달러가 넘게됐다.
그러나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수업료가 하도 비싸 곤란을 겪고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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