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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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참 어이없는 동기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레이건」을 쏘겠다는「힝클리」의 원문이 발견되었다. 상대는 올해 18세의「예일」대학생이며 여배우인「조디·포스터」.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머는 것인지. 황진이의 고사가 생각난다. 나이 열 다섯, 꽃핀 소녀시절, 그에게 매료된 한 총각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만 안타까울 뿐, 그의 섣부른 사랑을 허락할 현봉 (진이의모친) 이 아니었다.
총각은 그만 몸져 누워 버렸다. 상사병이다. 이 청년은 끝내 죽고말았다. 그 원혼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의 상여가 진이의 집 앞을 지날 때 움직이질 않았다고한다. 진이는 그만 자신의 치마폭을 상여에 둘러 주었다. 훗날 진이가 기녀의 몸이 된것은 그때 변고 때문이었다.
「나폴레옹」 도 일곱 번이나 읽었다는 불후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짝사랑의 충격으로 쓴 소설이었다.
그의 나이 23세때, 「베츨러」 라는 한 소읍에서 사법관시보를 하고 있던「괴테」는 어느 무도회에서 한 법관의 딸을 알게 되었다. 첫눈에 『영혼의 평화를 주는』미모의 숙녀「샬로테·브프」.그러나 이 아가씨는 이미 약혼녀였다.「괴테」 는 그의 소설 속에서 「베르테르」라는 주인공으로 등장,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자살로써 청산한다. 그의 애틋한 원망은 작품을 통해 보상받은 셈이다.
「이탈리아」 문호 「단테」의 사연도 있다. 아홉살때 벌써 한살 아래인 「베아트리체」 란 소녀에게 연정을 느꼈던「단테」는 그후 9년만에 「피렌체」 의 「아르노」 강에 걸려있는 「베키오」교에서 그 소녀를 만났다. 그러나「베아트리체」는 목위만 하고 지나가 버렸다.
「단테」는 이 여성에 대한 지고 지순의 연가로 『신곡』을 집필했다.
「힝클리」가 짝사랑하는 「포스터」양은 최근 『택시운전사』라는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일이 있었다. 그의 상대역인 택시운전사「로버트·드니로」도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대통령을 죽이겠다』는 고백까지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빌면 「힝클리」는 자신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바로「포스터」양이 출연한 영화의「연상작용」을 통해 현실속의「드니로」로 대역한 것이다. 「감정의 교란」에서 비롯된「심적알력 (알력) 」 이다. 일종의 히스테리증상이다.
「프로이트」는 이런 경우 심리적 이물을 씻어내는 카타르시스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정신과의사는이런사람을 안락의자에 뉘어놓고 자유스럽게 마음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연상을 통해 애기하게 한다.
「힘클리」가 정상의 청년이었다면 「짝사랑」 에 의한 심리적 교란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씻어냈어야 했다.
흔히는 병상아닌 가정의 안락의자와 부모의 사랑에 의해 그런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힝클리」는 메마른 미국가정의 한단면을 보여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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