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현대화작업 한창-영 의회 사법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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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때 영국의 가구점은 일요일에 점포를 열 경우 반드시 야채를 팔고 가구는 덤으로 줬다. 단 야채 한 다발 값은 반드시 가구 값과 같게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구를 사고 야채 한 다발을 덤으로 얻는 셈이었지만 광고문은 언제나 『야채 사는 분에게는 가구를 덤으로 드립니다』고 썼다.
이유는 1448년 「셰익스피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부터 의회가 입법해온 여러 종류의 『일요일준수 법』때문이다. 이 법은 「쉽게 상할 상품 외에는 일요일에 거래를 금한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가구상은 생활상품이 아닌 가구를 팔기 위해 쉽게 상하는 야채를 동원한 것이다.
1663년 시인 「찰즈·세둘리」는 친구들과 술이 취해 「런던」의 식료품시장가 「코벤트 가든」지구에서「바지」를 내리고 방뇨했다.
그는 결국 경찰에 연행되어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물었다. 문제는 이관걸이 법적 선례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공중도덕을 문란케 하는 자」에 대한 처벌의 근거가 되어있다.
의회입법과 선례를 바탕으로 하는 관습법이 2대 지주를 이루는 영국에서는 오랜 역사동안 축적된 시대착오적인 법들이 그야말로 무진장하다.
123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법규를 포함해서 현재 선례만도 30만건이 넘고 의회입법은 정확한 수조차 집계되어있지 않으며 법률관계문서도 99건이나 된다.
이중 대부분은 입법당시의 취지를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예컨대 「런던」의 「블룸스버리」지구에서는 택시가 손님을 태우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기차나 버스에서는 초콜릿을 먹으면 안 된다. 일요일에 그림엽서를 파는 것은 허용되지만 생일축하카드를 팔아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날에 허용된 운동은 뜀박질과 활쏘기뿐이다.
인플레 때문에 벌과금이 전혀 현실성이 없어진 예도 많다. 1745년에 제정된 「욕설금지법」을 보면 「날품팔이·군인·수병이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했을 경우 벌과금은 5전(한화75원), 신사는 25전(한화 3백70원)이라고 되어있다. 이런 법은 물론 지금 지켜지지 않지만 누군가가 문제를 삼으면 법의 권능을 위해서 사법당국은 문제를 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를 삼으면 형평의 원칙이 깨진다.
그래서 「지켜지지 않는 법은 악법」이라는 상식에 따라 영국의회의 법사위원회는 법의 현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 위원회는 우선 l백27건의 법을 폐기하고 l백27건의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2만8천건을 폐기 또는 수정했지만 축적된 법이 엄청나게 많아 아직 현대화작업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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