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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트레스 해소법-휴식, 영양식, 충분한 수면(고려병원 외과 김광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 자신이 32년간 외과의사로 지냈지만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특별히 규칙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은 없다. 매일 수술을 통해 「피」를 보며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정신적인 긴장이 심한데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육체적인 피로가 겹치는 것이 의과의사의 생활이다. 그래서 외과의사의 평균수명은 그 나라 사람의 평균수명보다 6∼8살 짧다는 말이 있는 정도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운동·골프·가벼운 음주 등이 좋으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하면 후유증이 잘 생긴다. 그래서 나는 바쁜 근무 중에라도 잠시 앉은 자세로 책상 위에 밭을 올려놓고 무아경에 빠져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갖는다. 격무가 끝난 뒤 집에 돌아가 맏딸이 피아노라도 쳐주면 피로가 싹 가신다.
영양식도 중요하다. 수술이 길어지면 점심을 굶는 수가 많다. 문화인은 아침식사 대신 커피로 때운다는 말을 하지만 나는 점심을 굶을 것에 대비, 아침식사는 떡과 수프·과일 등을 먹는다. 저녁은 육식과 김치를 많이 먹으며 야채전골이나 갈비를 즐긴다.
충분한 수면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가장 좋으나 가끔 밤중에도 수술을 해야되므로 잘 수 있을때 미리 많은 수면을 취하는 게 외과의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40대 초까지는 빙구·수영·등산 등 과격한 운동을 했으나 요즈음에는 육체적인 피로가 가중되는 듯해서 토요일오후에 골프를 치는 것으로 그치고 일요일에는 대개 휴식·영양식·수면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스테미너를 저장시킨다.
술은 정신적인 스트레스해소에 도움이 되는 듯하나 「술 체질」이 아니라 그런지 몸에 좋지 않아 자주 안 마신다. l주일에 1회 정도 어려운 수술이 있은 뒤 위스키 반병을 마시고 반수면·반 혼수 상태로 잘 잔다. 술과 담배가 몸에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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