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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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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25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의사의 반영이다.
여당인 민정당의 대승으로 원내안정세력이 확보됨으로써 앞으로 4년간 전두환대통령을 정점으로하는 강력한 정치주도세력이 형성된 것이다. 아울러 야당간의 세력판도도 분명히 밝혀져 민한당이 제1야당으로, 국민당이 제2야당으로 등장하게 됐으며 이들이 확보한 의석으로 보아 비판과·견제의 기능도 과거에 비해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의석분포로만 본다면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안정을 우선 선택하고 안정의 틀안에서 비판·견제가 가능한 정계판도를 결정해준 셈이다.
이같은 안정의 선택은 지난번 대통령선거결과와도 일관되는 경향이다. 선거인선거에서 나타난 전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이번 민정당의 대승은 분명히 같은 궤에서 설명 될수있는 국민의 안정선호다.
지난 1년8개월간 과도기의 어려움을 경험한 국민으로서 안정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에서 비판세력이 원내다수당이 될경우 정국불안이 올 것은 거의 분명한 일이며 입법부와 행정부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국정의 민주적·능률적 추진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또 여당이 매우 근소한 차로 다수의석을 차지할 경우에도 의장단·상임위원장등 약15개의 원내요직을 여당이 차지할 것을 생각하면 각상위에서의 여야비율이 역전될수 있다고 볼때 역시 안정된 의정운영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난 의석분포는 이린 우려를 씻어주면서 아울러 야당서열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원만한 정계판도를 형성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정계판도는 과거 양당제때와는 판이한 의정패턴을 예상하게 한다. 과거에도 3개이상의 원내교섭단체가 존재했지만 여측 둘에 야측 하나라는 파행성을 면치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각기 다른 정당에 의해 3개이상의 원내교섭단체가 나오게 된 이번 선거결과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는 과거의「양자관계」로 운영되던 것과는 달리 「다자관계」로 운영될 것이며 이는 과거의 폐단으로 지적돼온 극한대립이나 「흑·아니면 백」이라는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또 하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이번 선거결과로 신인들이 대거 정계에 들어가게 된 점이다. 여야당을 막론하고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신인들이 다수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정치풍토나 정치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점은 정계판도의 변화와 함께 앞으로의 정계를 구시대의 그것과 구별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수 없으며 지금껏 부르짖어오던 「새시대 새정치」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게 한다.
과거에 으례 나타나던 이른바 「여촌야도」현상이나 「표의 동서」 현상이 이번에 극복된 것도 음미할만 하다.
사상처음으로 여당이 서울에서 전승을 거둔것이나 전국에서 골고루 당선된 것은 고질적인 지역의식이나 도농간의 정치의식격차를 극복하고 있다는 증좌일수 있으며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지역편향의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큰 바탕을 마련해준 것이라 볼수 있다.
이처럼 이번 선거의 결과는 앞으로의 정치발전을 위해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있다고 볼수있다.
이제 앞으로의 과제는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실현하고 문자그대로 새시대 새정치를 전개하는 일이다.
우선 무엇보다 새 국회는 정치를 수렴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다. 국회가 그 시대의 문제라면 어떤 것이라도 거론하고 논의할수 있어야하며 스스로 「금기의 영역」을 설정해서는 곤란하다. 과거국회가 헌법문제는 거론조차 못함으로써 이 문제는 원외로 확산되고 급기야 반체제문제라는 시대적 「짐」이 된것을 생각하더라도 모든 문제는 그때 그때 국회에서 논의되고 처리돼야할 필요성을 실감할수 있다.
그러기 의해서는 여당은 여당다와야하고 야당은 야당다와야 한다. 여당이 말그대로 집권당으로서의 권위와 자각을 가져야만 책임있는 정치를 할수있게 되고 야당은 야당답게 비판기능을 다할때 정치는 정치는 원내에 수렴될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는 국회가 아닌 행정부 또는 원외로 옮겨가고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가지는 각당이나 당선자들은 제11대국회를 어떤 모습의 국회로 운영하며 어떤 모습의 정치를 필것인가 하는 점을 미리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당선이나 대승은 목표일수 없고 목표를 향한 출발일 뿐이다. 「다자관계」로 변모한 새로운 정계판도와 대거 등장한 신인군등 새로운 요소를 정치발전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각당은 심사숙고해야 하며 당선자들은 어떤 정치모럴을 확립하며 어떤 정치스타일을 가져야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할것이다.
특히 여당로서 앞으로의 정치를 주도할 민정당은 구시대와 다른 새시대의 정치와 국회운영에 관해 남다른 사명감과 문제의식올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전대통령이 80년대를 정치근대화의 년대가 돼야한다고 말한 것이나 「3대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의 정치를 역설한것을 잊지않고있다.
이 두가지 명제를 음미한다면 국민이 정치에 대해 바라는 모든 것이 다 그속에 함축돼 있다고 볼 수있다. 가령 국민이 바라는 「대화와화합의 정치」가 되지 않고서는 「정치근대화」가 이뤄질수 없으며 더우기 거수기니 단독통과니, 무더기처리니하는 구시대적 폐단의 지양없이 이 명제가 실현될리는 만무하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파쟁·흑백논리·주먹구구식·극한투쟁 따위의 구습을 간직하고서는 정치발전이고 정치근대화고 다 이룩할수 없음은 물론 정부·여당욜 비판할 자격도 감살된다.
따라서 당선과 의석분포가 결정된 바로 이순간부터 각당과 모든 당선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낙선자들에게는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3·25총선이 바로 정치발전의 출발이 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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