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언청이 수술 후도 말 못하는 어린이 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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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 새가 나나 보자, 파-.『와-.』
선생이 내는 파열음을 아직 학생은 따라내지 못한다. 바로 입 앞에 앉은 종이 새 한 마리를 불어 날리지 못하고 있다.
비록 언청이 수술로 외모는 이상 없이 고쳤지만 말을 못하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대한적십자사의 자원봉사자 임영옥씨(36·서울 강서구 방화동233)는 이같이 언청이수술을 받고도 말을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말을 가르친다.
심한 경우 입천장과 코 사이에 구멍이 크게 뚫려 바람이 모두 코로 빠져 나와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어린이에게 폐활량 계를 불게 해보면 눈금하나 올리지 못한다. 때문에 학습의 첫 단계는 입으로 바람을 내게 하는 훈련이다.
『이 같은 어린이들이 말을 하나씩 배워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바로 나의 보람입니다.』
언어치료사로 봉사하고 있는 임씨의 말.
임씨는 숙명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여행사와 무역회사 등에 근무한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적십자사 부녀봉사대원으로 있는 이웃아주머니를 따라 적십자사를 방문한 것이 봉사의 첫걸음을 내딛게된 동기.
79년 당시 적십자사에서 처음으로 언어치료 자원봉사자 교육이 있었는데 임씨는 곧 이 교육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에서는 임씨가 직장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뒤에 임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자원봉사로만 나섰다는 것을 안 집안식구들이 「혹시 미치지 않았느냐」고 걱정을 했다고.
『언어치료란 지속성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나로서는 직장과 봉사를 겸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언어치료 자원봉사자들은 1주일에 최저 이틀은 봉사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임씨도 처음에는 1주일에 이틀만 나왔다. 그러나 자신이 맘은 어린이가 말을 한마디 배웠을 때 그것을 혹시 잊지나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늘 신경이 쓰였다.
또 치료를 맡은 어린이가 하루라도 나오지 않으면 궁금해서 걱정이 앞섰다. 말을 해보려 애쓰는 어린이와 이 어린이를 도와 말을 하도록 해주는 선생사이는 어느 사이엔가 정이 들어버린다고 임씨는 설명한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가 버린 이 정리 때문에 임씨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1주일 내내 봉사할 결심을 했다.『봉사라는 것도 초창기라면 이 정도의 희생은 있어야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어요.』 맡은 일에 전력을 다하다 보니 아직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79년 처음으로 언어치료 자원봉사자 7명을 양성, 현재 65명의 언어장애자를 치료해주고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l∼2년의 치료를 받아야 완전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운데는 지방사람도 많아 지난 21일에는 2기 자원봉사자 교육을 마치고 다시 30명의 언어치료 자원봉사자가 탄생했다. 이들은 앞으로 부산·대구·광주에서 4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노력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봉사자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기혼여성이라는 것은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라고 임씨는 덧붙인다.
주부들의 여가시간이 단l시간만이라도 봉사에 바쳐진다면 대단한 국익이 되지 않겠느냐는 임씨의 의견이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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