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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프로서 '베트남 신부 닮았다' 식 농담 … 상처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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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1일 2014 한-아세안 청년네트워크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베트남 다낭시 무옹 탄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아세안센터]

“베트남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자랑’으로 여겨진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에 한국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TV나 신문으로만 접하던 한국이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지난 21일 오전 베트남 다낭 경제대학교에서 만난 재학생 응우옌 탄 딩(22·여)씨의 소감이다. 그는 이날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청년 30명이 참석한 ‘한-아세안 청년네트워크’ 세미나(한-아세안센터 주관)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직접 만난 후 이렇게 말했다.

세미나에선 청년 네트워크 형성 및 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 학생들은 한국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4년간 유학생활을 한 이들이다. 지난달 24~26일 서울과 충주에서 한국 대학생과 국내 거주 아세안 유학생 80명이 모여 아세안의 미래를 논의했으며 이 중 30명이 선발돼 지난 19일 베트남에 도착했다. 라오스·캄보디아 등 본국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한국에 온 학생도 포함됐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3학년 재학 중인 시티퐁 시투푸알랏(21·라오스)씨는 “삼성의 반도체 성공 스토리를 접하고 한국에서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중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얘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연세대 국제학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응우옌 뚜옛(24·여·베트남)씨는 “한국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소녀시대 수영을 두고 ‘베트남 신부 닮았다’고 농담하는 것을 보고 크게 상처받았다. 한국인들이 우월감에 젖어 동남아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실용언어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라란호 로넬(26·필리핀)씨는 “필리핀에서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코피노들이 한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대 불문과에 재학 중인 이유리(26·여)씨는 “낙천적인 성격의 동남아인들인 줄 알았는데 저마다 고민과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들에 대한 편견을 반성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의 전체 주제는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 한국의 경험 공유’였다. 한국과 아세안 관계 수립 25주년이자 오는 12월 11~12일 예정된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처음 마련된 행사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다낭 경제대학교 광장으로 몰려간 청년들은 한국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30도가 넘는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는 중에도 한국에서 가져 온 ‘셀카봉’으로 서로의 모습을 담으며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베트남 다낭=장혁진 기자
취재 협조=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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