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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칭 유력인사 20여명과 대화, 봉투나눠주고|도로공사장·상가 3곳의 몇잔술에 몸이 후줄근|민한당 후보<호남지방·전의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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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침 6시.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부터 든다. 선거사무장에게 비바람에 찢긴 현수막을 빨리 고치라고 불호령을 내린다.
세수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도청소재지에서 장거리 전화가 걸려온다. 선거구출신 대학생 9명을 저녁7시 도청소재지 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약속됐다는 보고다.
참모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거는 전화가 1시간 정도 계속된다. 7시 쯤 사랑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청년단체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50표는 자신있다는 사람, 출마설이 있던 P씨편에 있다가 투항의사를 표시한 유지, 지지해달라는 친척의 부탁을 받고 찾아왔다는 생색파 등 20여명의 얘기를 듣는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손님에게 5만원 이상이 들어있는 듯한 봉투를 주어보낸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한 뒤에도 손님접대를 계속하면서 선거참모들에게 끊임없이 작전지시를 내린다. 국민학교 동창, 중·고 동창, 문중, 청년회 등 비밀사조직「센터」와 취약지구에대한 보완조치, 특히 사선과 당선의 혼선을 조정토록 참모들에게 세밀히 설명하느라니 어느새 9시30분이 된다. 합동연설회장으로 출발할 시간.
선거사무장에게 연설회장에 4개면에서 총3백여명의 당원이 동원될 경우 장소도 좁고 숫자도 모자라는 식당시설 때문에 연설 후 점심은 혼란과 불평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니 전부 합쳐 1백명으로 줄이라고 한 지시를 재확인한다. 면책에게는 5만원씩을 주도록 한다.
연설 후 점심시간에는 이곳 면책등 당원들로부터 보고를 청취. ×면의 유력인사 모씨가 중립을 지키고 있으니 포섭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즉각 자금조치를 취한다.
그 후 다른 면에서 실시된 합동연설회에서 상오 연설과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 한 후 면사무소·농협·우체국·상점 등에 들어가『출마한 ○○○입니다』라며 악수를 나눈다. 조합장·참사 등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다.
이어 △△작업장을 방문, 근로자들이 작업을 마치고 목욕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탈의실에 들어가 2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내친 김에 상대방 아성이라는 마을까지 침입(?). 부녀자들이 도로공사판에서 자갈을 줍고 있는 것을 보고 『저를 아십니까』하며 인사를 건네자 부녀자들은 『달력과「텔리비전」에서 보았소. 안 찾아왔으면 서운했을텐데 찾아와줘서 고맙네요』하고 대답한다.
이미 날이 어두워진 하오 7시 30분께 그는 다시 M면의 강가 세 집을 들러 꼬막을 안주로 몇잔의 소주를 얻어마신다.
엄습해오는 피로를 느끼면서도 도청소재지로 나가 미리 대기시킨 대학생들을 만난 후 아직도 선거구에 영향력이 큰 변호사와 단독면담을 갖고 귀가한 게 밤 10시30분. 집에 돌아오자 대기 중인 손님들의 접대가 밤12시까지 계속된다.
잠이 모자라서 어떡하느냐는 부인의 성화도 성화려니와 몇잔 술이 피곤한 몸을 더욱 수세미처럼 만들어 눕자마자 곧 곯아떨어진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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