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유권자가 새벽잠 깨워, 서울신사 찾아와 귀엣말|연설회·단합대회 순회한뒤 새벽1시 잠자리들어|민정당 후보<영남지방·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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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창호지 문 밖의 마루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눈을 떠보니 새벽6시. 수면부족으로 찌뿌드드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내방객을 맞는다.
저마다 다른 숙원사업을 들고 온 7,8명의 손님들이『××리에 다리를 놓아달라』『도로를 넓혀달라』『내 아들을 취직시켜달라』며…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투로 확답을 졸라댄다.「메모」지를 든 후보는『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복지농촌이 되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말로 고통스럽게 얼버무린다.
한패가 지나가자「서울○○○○」호를 타고 온 50대의 신사가 들어선다. 이런 손님이 찾아올 때는 부인과 비서는 재빨리 자리를 비킨다. 방안의 두 사람은 갑자기 소리를 낮춘다. 『고맙다』와『건투를 빈다』는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악수는 유난히 굳다.
7시 30분쯤 아침밥상을 받아들자 전화「벨」이 울린다. 3개군의 당사무실로부터 차례로 보고가 온다.
『단합대회에 예상외로 사람이 많이 와 밥값이 거덜났다』『○○당 운동원을 뽑아내려니 실탄이 필요하다』는 등의 전날 활동상과 타당후보의 동향이 보고된다.
간단히 후속조치를 지시하고 비서와 면지도위원장을 데리고 문앞을 나서려는 찰나 자칭「당원」이라는 사람이 다가선다. ××계꾼들이 부곡온천엘 가는데 찬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지도위원을 통해 얘기하라』고 비서에게 떠맡기고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인접군소재지로 향한다.
순전히 선거를 위해 산「포니」는 9천 7백km의 주행거리를 표시하고 있다. 하루 평균 2백 50km를 달린 셈이다.
당사에 도착하니 참모들이『이곳에서는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공약해야 표가 나온다고 건의한다.
마침 전대통령이 이 지역을 들르는 날인데 연설순서 5번을 뽑아 3시간 가까이 연설회에 붙들렸다.
연설이 끝나자마자 군청으로 차를 몰아 대통령이 관내 유지들과 함께 갖는 오찬회에 참석한 뒤 하오연설회장으로 직행한다.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던 관계자가 타후보의 자료를 건네준다.
하오연설장에는 서울「넘버」를 단 차량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타도출신의 자당전국구후보까지 격려차 왔다. 서울손님들은 K후보를 구석으로 불러내 1대1로 만나고 간다.
연설회가 끝난 것은 하오 5시.「단합대회」가 마련된 인근××면으로 간다. 80여평의 새마을회관에는 동네사람이 전부 모이다시피 했다.
손가락으로 깍두기를 집어먹는 등 되도록 유권자가 가깝게 느끼도록 세심한 주의를 한다.
밤 9시 30분쯤 한잔, 두잔 받아먹은 술에 얼큰해져 돼지고기와 소주를 사 싣고 인근군청 소재지에 있는 당사로 간다.
밤10시부터 1시간반동안 기다리고 있던 당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귀가한다.
하루종일 걸어다니며 독자적인 활동을 하느라 다리가 부은 부인이 환자처럼 누워있다.
세수를 하고 서울의 맏딸과 통화를 한 뒤 1시 가까이 되어 자리에 눕는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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