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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연극제 스케치|질서와 절도 보인 일 전통 극「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의 유명한 전통 극「노」가 제3세계 연극제 행사중의 하나로 17∼18일(하오3·7시)서울동숭동 문예극장 대 극장에서 공연됨으로써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17일 하오3시 첫 공연이 있었던 문예극장은 관객으로 만원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연극인·무용가·음악인 등 무대예술계 인사들이 골고루 포함돼 이웃나라의 한 예술형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연극인중에는 허 규 안민수 유인형 박인환 오현주 이태주 이상일씨. 무용가 문일지 김매자, 작곡가 김영동씨 등 이 눈에 띄었던 상당수의 외국인 중에는「유고슬라비아」의「피터·겔렘」씨(국제 극 평가협회회장)도 끼어 있었다.
약 l시간10분간 공연된「노」는 담박하게 꾸며진 옛 일본 어느 가정의 정원을 낀 마루가 무대.
6백여 년 전「무로마찌」시대(1392∼1568) 초기,「강아미」부자에 의해 대성되었다는「노」는「도요모미·히데요시」,「도꾸가와·이에야스」등 무가실력자들의 비호를 받으며 발달해 온 예술답게 엄격한 통제 미와 그에 따른 형식미가 가장 큰 특징. 극이 시작되고 주인공인「오끼나」(옹·마치 조상처럼 친밀감을 주는 곤)를 비롯한 20여 명의 등장인물이 자동인형을 연상케 하는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차례차례 무대에 나타날 때부터 관객은 숨막힐 정도의 긴장감을 맛보게 된다.
일본에서 몇 번인가「노」를 본적이 있다는 박용구씨(무용평론가)는『질서와 절도를 사랑하는 일본의 정신이 집약된 예술답게 긴장감이 대단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긺은 국악작곡가 김영동씨는『지극히 통제된 느낌 속에서 일본 그 자체를 관객에게 송두리째 보여주는 듯한 예술』이라면서『다분히 침략적인 인상』이라고 말하기도.
「노」가 일본적인 예술이라면 16∼17일(하오7시) 세종문화회관 소 강당에서 공연된「프랑스「도미니크·우다르」인형극단의 인형극『희극적 환상』은「프랑스」적인 다 변과 활기로 가득 찬 무대였다.「코르네이유」의 동명희곡을 인형극 화한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형태의 인형들, 2중으로 꾸며져 원근 감을 주는 무대형태, 인형극과 실제배우들이 섞여져 꾸미는 다양성,「첼로」와 타악기로 연주되는 장중하면서도 유쾌한 배경음악으로 자리를 빽빽이 메운 관객들에게 인형극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관객들의 갈채를 한 몸에 받은 사람은 무대에 서서 등장인형들의 대사를 문자그대로「천의 목소리」로 구사해 낸「잔·헬렌·우다르」여사.
거의 평면적으로 보이게 한 무대에 맞추어 검은 복장을 입고 무대 한옆에 서서 l시간30분 동안 쉬지 않고 대사를 읊어 댄「우다르」여사는 극단대표「도미니크·우다르」씨의 부인으로 10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형들의 목소리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묘사해 냈다.「도미니크·우다르」극단은 17일 상오10시「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단,「볼프람·메림」 씨와 함께 인형극 공연의 실제 문제를 다룬「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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