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해인수한 유공육성에 전력|사장이동 없고 신임8명 등 임원11명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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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사 무풍지대가 선경이다. 최고 경영자의 자리바꿈도 전혀 없이 상당기간 현 경영체제를 그대로 이끌고 갈 움직임이다. 이번 주총에서도 주식회사 선경이나 선경합섬의 임기가 끝난 임원전원이 유임되었으며 승진「케이스」로는 신임이사 8명, 이사에서 상무로 3명,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선 사람이 3명.
해마다 우리 나라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해온 유공을 작년 말에 인수한 후 이 핵심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그룹」의 확장·증설을 억제하고 인사교류도「올· 스톱」상태로 묶어둘 듯하다.
최종현 회장은 작년 말 유공 사장을 겸임한 이후 선경의「유럽」지역본부장인 김항덕 상무를 수석 부사장으로 불러들여 유공의 경영진단을 맡겼다. 김 부사장은「런던」지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중동원유 도입교섭을 추진해왔고 그후 유공인수 작업의 주역을 맡는 등 핵심 「멤버」로서 수완을 발휘했다.
유공의 김 부사장 밑에는 김재석(영업담당·고대) 신용성(수송담당·육군대령예편·연대대학원) 이선종(정유담당·연대) 서효중(기획담당·해사) 박종률(석유화학담당·서울대공대) 등 5명의 부사장이 있으며 이들은「걸프」경영시대의 상임집행임원으로 현재도 계속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선경 측은 자산평가방법을 둘러싸고 석유지주 측과 의견이 엇갈려 유공의 주총을 아직 열지 못하고 있지만 주총에 관계없이 유공 임원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1주1회「그룹」운영위원회를 열어 토론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선경·선경합섬·선경화학·「쉐라톤· 워커힐」·종합건설 등 5개 주력기업의 사장과 경영기획실장, 그리고 최근에는 유공의 수석부사장이 참석한다.
선경의 손길승 경영기획실장은 최근 유공에 새로 생긴「사장실장」을 겸임, 「그룹」의 중추적 인물로 뛰고있다. 손 실장은 유공의 김항덕 수석부사장과 서울대상대 동기동창이며 김 부사장이 해외영업통이라면 손 실장은 재무통으로 두 사람이 선경의 쌍벽을 이루는 명참모들이다.
선경에는 학연이나 지연·혈연에 의한 인맥형성은 보이지 않는다. 최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최종관씨가 지난79년 건강을 이유로 해외섬유 사장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세째동생인 최종욱씨가 각종「필름」을 생산하는 선경「마그네틱」사장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도.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과 함께 일했던 조종태씨가 선경종합건설의 사장을 맡고 있고 선경의 유석원 사장, 선경합섬의 정찬주 사장 등은 70∼71년부터 선경과 인연을 맺은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경의 특색은 신임사원의 공개채용이 지난70년 한번 실시된 이후 이를 중단, 교수나 자체임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만을 대강으로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해왔다.
입사경력 11년째인 사람들이 현재 부장직에 머물러 있다.
선경과 선경합섬의 임원 30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4명으로 제일 많고 나머지는 서울과 지방대학 졸업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임원의 평균연령은 45세. 유공을 제외한 12개 계열기업사장은 대부분 타 기업의 과장·부장시절에 특채「케이스」로 영입되었으며 회사경영은 사장전결로 이루어진다. 모든 서류에는 회장결재란이 없다. 유공의 경우 수석부사장 전결로 끝난다. 72년부터 각 사장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준 대신 책임을 요구하는 사장전결 제도가 전문경영인 양성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유공의 기존 과장급 이상은 앞으로 1년 동안 10명씩「사장실」에 순환 근무하며 선경「그룹」에서 파견된 다른10명과 함께 사장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항로에 익숙지 못한 선잠이「키」를 잘못 돌리는 일이 없도록』하는 것이 그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그룹의 비서실기능과는 다르다는 것. 유공에는 곧「자원기획실」이라는 별도의 기구가 발족한다. <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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