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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류아마국수 김영양 〃1년만에 3급 정도 됐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라성 같은 선배여류기사들을 물리치고 제8기 여류국수전(한국경제신문 주최)에서 우승, 여류「아마」국수가 된 김영양(24·본명 김의정)은 승부의 세계에서 정상을 차지한 사람 같지 않게 온화하고 고운 모습이다. 『여고를 졸업하고 나서 오빠에게 처음 바둑을 배웠습니다. 1년만에 3급 정도의 실력이 되었어요.』
남녀 가릴 것 없이 이 정도로 빨리 바둑실력이 느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다크·호스」로 지목하긴 했어도 대뜸 여류국수가 되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한국기원 전문기사들도 김양이 『매우 드문 기재를 지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양은 그 후 직장생활을 하느라 3년 정도 바둑을 두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국기원 서부지원에서 김수영 5단·권경언 4단의 지도도 받았다.
『여성의 바둑이 대부분 공격적입니다. 대마를 마구 잡으려하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매우 공격적인 바둑이었는데 요즈음 와서 겨우 덤이 무언지를 생각하는 조금은 침착한 바둑이 되었어요.』
바둑을 두면 성격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나라의 「프로」기사는 조영숙·윤희율씨 2명뿐이지만 바둑을 즐기는 여성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여류국수가 된 김양은 이들 「팬」들을 위한 지방강습 등으로 바빠질 것 같다.
『가정주부의 경우 바둑을 배운 후 가정에서의 대화 폭이 넓어지고 가족모두가 함께 즐기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도 많아요.』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만이 결혼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 수줍게 웃는다.
김양이 이번에 여류국수가 된 것은 그동안 김혜순·서진주씨 등에 의해 정상의 자리가 독점되어온 한국여성바둑계에 세대교체의 바람을 몰고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여류「아마」바둑교류전이 준비되고 있는데 꼭 이뤄져 그 나라의 정상들과 대결해보고 싶어요. 또 「프로」기사로 입단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 여류국수는 소망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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