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작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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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봄소식>
맘을 딛고 오는 소리,
새벽잠을 설쳐댄다.
잊자고 생각도 말자고
맺고 다진 마음인데,
깊은 곳,
저 깊은 곳에서
잡아 흔드는 너여.

<연가>
질화로 짚잿불이
너와 나의 입김 따라
발가장이 타오르고
감감이 슬어지고
당기고 밀어내는 바디
어디쯤서 마주 설까.

<그림자>
새벽 찬바람에
나무 잎도 떨고 있네.
밤 새워 기다린 별도
눈썹이 젖어 있네.
모닥불 지펴 지긴 세월
그림자만 여위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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