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자기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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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성40대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벗어나려 하고있고 가장은 보다 원숙해진 바깥생활에 충실하려 한다. 가계도 어느정도 궤도엔 올라 주부는 보다많은 시간을 갖게된다.
이쯤되면 비로소 그동안 자기개발에 등한시 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일종의 허탈감이 때로는 비뚤어진 길을 찾게되는 예도 보고있다.
그러나 최근 40대 주부들의「자기개발」열이 높아져 대학원에까지 진학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은 우리 여성들이 이런 좌절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대학들이 성인교육기관으로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하자 수많은 여성 지원자들이 쇄도하고있는 사실에서도 그런 예를 찾아 볼수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이들의 자아개발 의지를 격려해 주느냐에 있다.
다행히 제5공화국 헌법은 제29조5항에서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교육 하나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주부들의 평생교육은 개인적인 취미개발과 교양축적, 나아가서 사회 봉사활동과 창조활동이 적절히 혼합된것이라야 하겠다. 반드시 경쟁적이거나 자격취득을 강요하는 성인교육은 오히려 주부들의 참여를 멀리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평생교육기관으론 우선 기존 대학의 문호가 더욱 넓어져야 한다. 일부대학이 주부강좌를 개설해서 대성황을 이룬것은 좋은 예이며 이점대학당국의 적극 배려가 있음직도하다.
2차로「매스컴」의 역할을 빼놓을수 없다. 방송통신대학의 교육내용은 보다 주부들에게 접근하기 쉽게 개편돼야 하고 교육방송에도 주부시간이 신설·확충돼야 한다.「매스컴」은 자신들이 가진 시선과 정보를 주부에게 개방해야 하고 사회교육기관으로의 촉매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엔 여성자신이 여가를 선용해서 각종「클럽」이나 자발적 단체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조장해야 한다. 취미개발을 위한 각종「클럽」활동에서 진일보하여 부업개발에까지 연결되면 더욱 좋다.
소비자교육 청소년보호 보건위생교육등은 주부들이 배우며 봉사할수있는 좋은 영역이다.
문교부는 82년부터 86년까지 교육개발 5개년계획 기간동안 15조4천억원을 교육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나 이가운데 불과 5%정도인 7천8백억원만이 평생교육진흥에·배정됐다.
그것도 유치원 교육과 직업부설학교에 대부분이 쓰여져 사회교육 부문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유치원교육과 사회교육의 경중이 신중하게 다시 검토되어야할 여지가 있다.
돌이켜보면 75년「여성의해」를 전후해서 여성해방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구미사회가 이미 여성사회로 변모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남녀차별·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이들은 외친다.
이같은 도전적인 운동이 우리에게도 적용돼야 하는가에는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
동양적인 여성운동은 가구생활과 자아개발의 지혜로운 조화에 있다. 이미 우리 사회도 남존여비를 논한다면 우스울이만큼 여권이 신장돼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40대 주부들에게 가치지향적인 분발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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