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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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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월2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총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를 향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다시 한번 표명되었다.
27일 열린 사정협의회는 이번 선거를 역사에 기록될만한 획기적인 공명선거가 되도록 하라는 전두환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타락·부정이 일어날만한 모든 가능성과 개연성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지위·소속을 막론하고 엄중처리키로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선거기를 틈탄 사회혼란 요인과 기강해이가능성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이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워 미연에 방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거는 제5공화국 정계판도와 질서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큰 뜻이 있고 선거가 잘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정국의 분위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될 것이므로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공명선거가 돼야 할 필요성은 절실하다.
전대통령의 지적처럼 『선거부정과 과열·타락연상이 정치부패의 근본원인』인만큼 앞으로 깨끗한 정치풍토, 대화와 정국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선거때부터 「페어·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이전투구식의 극한경쟁이 벌어진다면 악감정은 국회에까지 연장될 것은 뻔한 일이고 그 다음 선거를 보다 수월하게 치러야겠다는 계산이 의원임기초부터 작용해 국정의 운영에도 지장을 가져올 것은 명백하다.
뿐만 아니라 과열의 선거를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고 보면 당선후에도 보답과 빚 갚기와 후유증처리로 국사에 전념하기란 어려워진다.
생각해보면 타락·과열선거란 이처림 무섭고도 불행한 악순환의 시발이 되는 것이다. 더우기 과거 어느 때처럼 관권이 선거에 개입한다면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을 기대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그렇게하여 이룩된 원내안정세력이란 그 실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킬뿐이다.
깨끗한 정치풍토, 화합의 정치를 지향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과거의 그 같은 고질을 재연할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며 정부가 비상한 의지로 가장 모범적인 공명선거 실시를 다짐하는 것도 실로 우연한 일이 아니다.
당국이 분석한 것처럼 다당제로 말미암은 후보의 난립으로 과열의 소지는 없지 않으며 여당권일부나 일부 공무원의 과잉충성으로 관권개입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또 「득표기술」에 관한 구시대적 고정관념에 따라 금력동윈의 선거작전이 지역에 따라서는 여전히 나타날 공산도 크다.
그런 점에서 당국이 사전에 타락·부정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널리 강조하고 그런 일이 발견되는대로 지위·소속을 돌봄이 없이 밝힌 방침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특히 전대통령이 관권개입은 절대로 용납않겠다고 밝힌 것은 있을지도 모를 일부공무윈의 과잉충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도 선거때면 정부가 공명선거를 강조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되더라는 인식이 더러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사정협의회에서도 논의된 것처럼 정부의 공명선거 의지가 다소 둔화되리라는 관측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당국으로서는 구체적인 보속으로 이런 타성적인 인식에 답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정과 타락은 가차없이 응징하되 다만 그로인해 선거분위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는 앉도록 자유롭고 활기 있는 선거분위기를 유지하는 문제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우리는 공명선거를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평가하면서 깨끗하고 활발하며 공경한 선거분위기를 바라마지 앉는다.

<윤상군을 살리자>
작금의 우리사회는 또다시 어린이유괴사건이라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누차 지적됐다시피 어린이 유괴사건은 범죄의 대상이 성년이 아닌 미성년이라는 점에서 가장 비열하고 비인도적인 범죄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이번 경우의 윤상군은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척추수술, 복부수술까지 받고 아직도 다리를 약간 저는 지체부자유아라는 검에서 자식을 가진 부모는 물론 두회전반에 주고 있는 악몽은 더욱 괴로운 것이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 분명치 않다. 맨 처음 전화대로 유괴·인질·몸값요구·몸값수령·석방으로 이어지는 고의적인 유괴사건인지 또는 마지막 편지대로 교통사고·유괴위장·치료·석방이 되는 우발적인 유괴사건인지 확실치 않다. 이 두가지 경우가 겹쳐 유괴를 위장한 끝에 정말 몸값까지 타내고 석방하려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몸값을 들고 나간 가족과의 접촉을, 범인들이 뚜렷한 이유없이 기피했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더욱 더 의아심만 돋운다.
신춘들어 갖가지 범죄가 일어났다. 10대의 노력과 밀도는 개탄을 불러일으켰고 방범대원의 추행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간상군의 유괴범들은「집을 폭파하겠다」「밀항하겠다」 「 4천만원을 갖고 오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신국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답답하다.
새시대 새마음의 구호도 요란한 이즈음 아직도 우리사회 일각에는 불의와 비리와 방종의 저류가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유괴사건이날 때마다 부모들은 낮선 사람의 친절을 경계하라고 아이들에게 이른다. 이 무슨 불신풍조의「자의적 확산」이란 말인가. 유괴사건의 사회적 폐해는 이런 점에서 심각하며 매번 「근절」이 다짐되지만 결코 근절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시민들의 일차적인 기대는 경찰에 쏠린다. 범인들의 마지막 편지가 사실이라면 유괴당시 목격자가 있었다고 범인 스스로 말하고 있다. 경찰의 진지한 수사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경찰의 인원·장비·능력이 부여의하다면 2차적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수사협조가 요청된다. 잃어버린 윤상군을 내집 아이 찾듯 추위를 살펴야겠다. 공개수사의 요체는 시민들의 신고며 이 신고에 따라 미궁에 빠졌던 강력사건이 해결된 전례는 과거에 여러차례 있었다. 2대독자의 신변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수사를 요청한 부모의 심정은 이웃사람들의 단석에 기대하는바 컸기 때문이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효주야, 배고프면 빵 사먹어라』하는 「메모」쪽지가 영영 저승에 보내는 쪽지가 될까봐 비통해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절규한다. 『우리 윤장이만 돌려주면 평생의 은혜로 알고 갚겠다』고 울부짖는 비통한 심경은 그 어머니혼자만의 것이기엔 너무 가혹하다.
죄와 벌을 오히려 은혜로 갚겠다는 이 처절한 호소앞에 범인의 양심은 눈을 뜨기 바란다.
더구나 전대통령도 모처럼 담화를 발표하고 3월3일까지 윤상군을 돌려주면 관대히 조처하겠다고 약속했다. 효주양의 2차 유괴때도 범인은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듣고 효주양을 풀어준 전례가 있었다. 범인들이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또 세상엔 완전범죄란 있을 수도 없다. 사건이 비록 미제로 끝난다고 해도 범인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림자, 죄에의 가책감을 용서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씻을 길이 없다. 평생을 두고 마음의 병을 앓기보다는 한번의 결단으로 용서받는 것이 윤상군은 물론 자신까지도 구원을 받는 길이다. 아직 그런 기회는 주어져 있다. 또 이런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도 우리사회는 남 아닌 나의 일처럼 관심을 갖고 시민정신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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