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돌려주세요…그애는 불쌍한 지체장애아 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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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윤상이를 데려간 아저씨. 이렇게 두손 모아 빕니다. 우리 윤상이를 둘려 보내주십시오.
제발 우리 아이를 돌려주세요.
우리 윤상이만 들려주시면 평생의 은혜로 알고 갚겠습니다. 원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윤상이 대신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제발 윤상이만 무사히 돌려 보내주세요.
우리 윤상이는 몸도 성치 못한 지체장애아입니다. 세살때 소아마비를 앓았어요. 아홉 살때 척추수술을 받았고 열살때 북부수술까지 받은 병약한 아이입니다. 우리 집안에는 생명과도 같은 2대 독자입니다.
윤상이를 데려간 아저씨.
그동안 윤상이와 같이 있었다면 그애가 어떤 아이인지 갈 아셨을 거예요. 윤상이는 몸은 비록 성치 못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 착하고 인정많은 아이입니다.
제발 약한 어린애를 해치지 말고 무사히 저희가정에 돌려주십시오. 마지막 편지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는데 상처가 낫지 않았더라도 좋습니다. 그냥 보내만 주세요. 아무 보상이나 책임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은혜로 알고 평생 갚을게요.
그동안 아저씨들이 요구하는 대로 딸애에게 돈을 둘려 빵집에도 보냈고 서울역에도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아저씨들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저희들이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윤상이가 없는 저희 집은 죽은 집과도 같습니다. 저희 남은 세식구마저 지쳐 쓰러질 것 같습니다. 아저씨들의 전화만을 기다리며 전화통 앞에서 식구들이 하루해를 보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윤상이가『엄마』하며 대문을 들어서는 착각에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보곤 합니다.
제발 우리 윤상이가 무사한지 목소리라도 둘려주시고 죄 없는 어린것을 지금 곧 곱게곱게 보내주세요.
이렇게 이렇게 빌어요.
김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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