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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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괴사건수사에는 「3S」로 물리는 3대원칙이 있다. 즉 신속착수의 원칙(Speed), 과학수사의 윈칙(Scientific), 비밀유지 원칙(Secret)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원칙가운데 앞의 두가지가 수사기관에 적용되는 수사기술상의 문제라면 「비밀보장의 윈칙」은 신문·방송등 언론기관과 피해당사자의 가족들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만일 유괴사실과 수사공작상황이 초기단계에서 공개될 경우 범인들의 「달성의욕」을 무너뜨려 피납자의 생명이 대신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유괴사건만큼 「수사기관」「보도」「피해자가족」의 협조가 요구되는 것도 없다.
어느 직종보다도 경쟁의식이 높은게 신문이다. 「매스컴」의 기본 기능은 정확하면서도 신속한「뉴스」의 전달이다. 그러나 보도기관이 유괴사건에 관한한 「뉴스」 의 가치문제와 경쟁의 본능을 떠나 통상 수사기관과 가족들에 기꺼이 협조한다. 비밀유지에 협조하는것은 바로 피해자의 생명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효주양사건을 비롯해 조두형군(62년), 박춘우군(67년), 이상하군(67년)등 어느 유괴사건에서도 그랬다.
오늘의 윤상군 사건도 마찬가지다. 1백6일만에 공개된 이사건을 그토록 오랫동안 신문이모른 것은 결코 아니다.
윤상군의 유괴사실은 80년11월13일 유괴당일 협박전화가 오고난뒤 바로관할 마포경찰서에 신고되었다.
다음날인 14일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사회부 최전방 「레이다」(경찰출입기자)에 이사건은 잡혔다. 가족과 경찰의 협조요청이 있었다. 최소한 가족들이 공개수사를 요청하기전까지는「3S」의 비밀을 원했고 본지도 그원칙을 지켰다. 모든 「매스컴」이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켜 주었다.
가족과 윤상군 주변을 통한 속보는 매일같이 사회부「데스크」에 보고돼 한권의 일지가 되도록 1백6일이 흘렀다. 26일, 가족들이 공개수사를 요청할때까지 본지는 조용히 지켜보며 이사건을 점검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의「S」(비밀)는 지켜졌어도 두개의「S」는 제구실을 못했다는 느낌이다.
사건이 공개돼 사회의 이목을 끌지 않으면 수사가 소극적으로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경찰의 속성이라고까지 불려오고 있다. 이번 사건도 피해가족과 보도기관에서 아낌없는 협조를 했던것에 비할때 경찰수사는 1백6일동안 너무 허송세월을 한 것 같다.
윤상군 사건은 경찰의 수사를 기다리다 못한 부모가 귀중한 아들의 생명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수사를 요청했다. 뒤늦게나마 경찰 수사진이 분발해 제발 윤상군이부모의 품에 다시 안길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를 위해 시민들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김창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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