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먼저냐…세금이 먼저냐…노동청·국세청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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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 일부 공무원들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묘안을 짜느라 고심.
이 가운데는 대통령 선거인 선거날인 지난 11일 KBS 제2 TV에서 명화 「아이크」전기영화가 방영된 상오10시40분∼하오2시까지 서울시내 투표율이 저조했던 점을 감안, 『앞으로 선거 때는 오전 중에 인기 「프로」를 방영토록 해 야외로 나서려는 유권자들을 집에 묶어두도록 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를 전해들은 한 간부는 묘방치고는 훌륭하나 실현성이 희박해 웃어넘기고 말았다는 후문.

<2개월 동안 원고준비>
문교부는 18일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데올로기」비판교육 관계자협의에서 행한 이규호 문교부장관의 강연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의 극찬과 함께 각계에서의 강의내용 유인물과 녹화 「테이프」주문이 잇따라 흐뭇한 표정.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결단』이란 제목으로 2시간동안 계속된 이 장관의 강연 원고는 2백자원고지 1백80장으로 지난 2개월 동안 집무시간외에는 모든 시간을 바쳐 준비했다는 후문.
특히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넘어간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서독의 경제학자 「호이그트」교수와는 여러 차례의 국제전화까지 하면서 자료를 입수하기도 했다는 얘기.
강의를 듣고 난 교수들이 『모처럼 시원한 명 강의를 들었다. 강의자료나 교육 「모델」이 없어 걱정이 많았는데 부담을 덜어 줘 감사하다』고 하자, 이 장관은 『아직도 기분은 교수』 라면서 왕년의 강의솜씨를 은근히 자랑.
어쨌든 이 장관의 강의가 있고 난 뒤 일선학교는 물론 국방부·국토통일원 등 정부기관과 연구소등에서 강의내용 유인물 주문이 쇄도, 당초 1천부를 준비했으나 모두 동이나 다시 2천부를 더 인쇄했다는 것.
또 문교부 관계자들은 부산대 등 각 대학으로부터 「비디오·테이프」주문까지 몰려와 『행사 끝난 뒤가 더 바쁘다』고.

<법무부 유권해석 의뢰>
『체임해결이 우선이다』 『아니다. 국세체납부터 해결해야한다』-.
최근 도산한 대구 협성섬유 공업사의 재산처분을 둘러싸고 노동청과 국세청의 줄다리기가 한창.
노동청은 지난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체임 우선 관제조항을 들어 『체임이 공과금에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을 들고 나와 『국세가 다른 공과금이나 기타채권에 우선한다』고 주장.
노동청은 또 이에 관한 유권해석을 법무·재무·보사 등 관계부처에 의뢰하고 있으나 국세청은 『국세납부기한 1년 전에 질권설정 등을 등기했을 때에만 국세가 우선할 수 없다』 는 국세기본법 단서조항을 내세워 『1년 미만의 체임은 국세가 우선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응수.
일부 관계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도산 업체의 체임이 대부분 1년 미만인데다 개정근로기준법이 체임관제 우선을 규정하고 있지만 『체임이 국세에 우선한다』는 단서조항이 없는 한 이는 빚 좋은 개살구 격이라면서 『노동청이 공연히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기도.

<물의를 빚을까 겁나서>
서울대는 오는 26일에 거행될 제35회 졸업식에 국무총리·입법회의의장·대법원장 등 3부 요인 외에 각부장관·주한외교사절·군 지휘관 등 각계 저명인사 3백24명에게 초청장을 발송.
이 같은 대규모 초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몇 년전 국회 문공위원 중 일부 의원에게 초청장을 발송치 않았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 이번에는 국내에서 저명하다는 인사는 한사람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로 졸업식장에 참석하는 인사는 치사를 하는 국무총리와 국회의장·대법원장·문교장관·동창회장 정도여서 서울대의 저명인사 대규모 초청은 국내인사들의「명사도 심판」에 불과하다는 주위의 평.

<추가 질문엔 묵묵부답>
서울시는 20일부터 노상주차장의 소형차 주차요금을 시간당 3백원에서 4백원으로 33% 인상하면서 막상 인상내용은 빼놓은 채 주차요금 징수방법을 주차 「카드」제로 바꾸겠다는 것만 발표.
발표자리에서 이 같은 점이 지적되자 담당과장은 『소형차나 대형차나 주차장의 한 주차구획을 차지하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소형차도 대형차와 같은 요금을 받기로 한 것인데 그게 왜 인상이냐』며 엉뚱한 항변.
그러나 『유료도로의 통행료는 왜 소형·대형차를 구별해 받고 있느냐』는 질문엔 묵묵부답.

<임원·간부3명이 사표>
최근 김포공항 관리공단(이사장 윤일균)은 감독관청인 교통부의 특별감사가 실시 된데 이어 공단이사·부장급등 간부진 3명이 사표를 제출 수리되는 등 조만간 불어닥칠 인사바람에 전직원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
이 같은 인사파동은 지난 1월25일 국내선 청사 2층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에 뒤따른 조치인데 공단 측은 이번 겨울 동안 제설작업 등 고생 많았던 공단임직원들에게 상은 못 내릴망정 사표제출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불평.
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급기관에 의한 인사바람으로 각국 외교사절단 영접 행사준비에도 차질을 빚게됐다』며 교통부의 처사를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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