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개꼴 M&A … 검색엔진에서 'IT제국' 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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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4년 8월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구글 주식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모가가 높은데다 구글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이 흐른 지금, 워즈니악은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마켓워치는 “IPO 당시 1만 달러를 투자해 구글 주식을 샀다면 가만히 앉아만 있었더라도 지금 14만 달러를 벌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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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스탠포드대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1998년 차고에서 창업한 구글은 2004년 미 나스닥에 상장됐다. IPO는 상식을 초월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택했다. 주간사를 통한 공모가 아니라 인터넷 경매 방식으로 주식을 배정하고 상장가를 결정했다. 기업 정보는 웹에 공개했다. ‘관습에 얽매인 기업이 아니다’는 일성대로였다. 구글 사용자가 몰려들면서 공모가는 주당 85달러로 정해졌다. 2004년 8월19일, 상장 첫 날 구글 주가는 18% 오른 100.34달러에 장을 마쳤다.

 10년 전 검색 엔진 기업으로 출발한 구글은 이제 PC와 모바일, 웨어러블과 무인자동차 등을 포괄하는 종합 IT기업으로 변신했다. 규모는 출발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IPO 당시 구글의 시가총액은 230억 달러에 불과했다. 19일(현지시간) 현재 시총은 4001억 달러에 이른다. 그 덕에 구글 직원 1000여명은 백만장자가 됐다. 지난해 연매출(598억 달러)은 IPO 전인 2013년(14억6600만달러)보다 40배나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의 순이익률은 20%를 넘는다. 웹의 성장에 따른 결과라고 하기엔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구글의 고속 성장은 시장 선점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덕이다. 초창기 구글의 유일한 수익원은 검색 엔진 광고뿐이었다. 하지만 돈을 아끼지 않고 유망한 기업을 사들이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98년 이후 구글이 인수한 기업만 164개다. 문어발식 외연 확대로 비치기도 하지만 구글의 과감한 도전 정신은 창업자인 브린과 페이지가 2004년 IPO 때 쓴 ‘창업자 편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우리의 사업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장기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보장하는 주요한 투자에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단기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두 사람의 공언대로 구글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2004년 만우절에 G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구글의 매출은 32억 달러 수준이었다. 2004년 디지털 지도회사인 키홀을 인수한 뒤 이듬해 구글어스와 구글맵을 선보였다. 모바일과 영상 콘텐트의 중요성을 깨달은 구글은 2005년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2006년에는 16억5000달러를 들여 유튜브를 사들였다. 현재 유튜브 사용자는 10억 명, 월 시청시간은 600억 시간에 이른다.

 안드로이드의 성공에는 구글의 전략이 주요했다. 삼성전자와 HTC 등 단말기 제조 업체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로열티 없이 제공하면서 애플에 밀렸던 모바일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게 됐다.

 구글은 2008년 오픈 소스 브라우저인 크롬을 출시하고, 2010년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내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글 글라스(안경 모양의 착용형 단말기)와 웨어러블 컴퓨터, 무인 자동차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1월에는 스마트홈 서비스 업체인 네스트를 인수했다.

 구글의 제국이 넓어지면서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반독점 규제 공세가 거세다. 구글 어스와 구글 글라스 등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보호와 빅브라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규제에 반발해 철수한 중국 시장 공략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국에서는 법인세 탈세 논란에 휘말려 비판받고 있다. ‘악마는 되지 않겠다(Don’t be evil)’던 구글이 악마의 발톱을 세우게 될지, 앞으로의 10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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