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는 생각 버려라 열린 시각이 성공 지름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인도 남부 케랄라주 티루바난타푸람시의 아투칼 바가바티 사원에서 열린 퐁갈라 축제에서 힌두교 여신도들이 쌀죽을 바치며 영생을 빌고 있다.

『성공의 7가지 영적 법칙(The Seven Spiritual Laws of Success)』(1994)은 다른 많은 ‘성공학’ 책들처럼 성공에는 법칙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책들은 노력하는 법, 계획을 세우는 법 같은 것들을 내세운다. 심리학·뇌과학 등 과학의 성과를 응용하기도 한다.

『 성공의 7가지 영적 법칙』의 한글판(오른쪽)과 영문판 표지.

 『성공의 7가지 영적 법칙』의 접근법은 ‘응용종교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전제는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성공에도 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영적 법칙’의 원천은 ‘1만 년 역사’ 속에서 발전한 인도 종교의 지혜다. 저자인 디팍 초프라는 ‘힌두교·인도 철학의 전도자’라고도 불린다. 초프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가끔씩 영적인 체험을 한다. 반대가 맞다. 우리는 가끔씩 인간적인 체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

 초프라는 성공을 이렇게 정의한다. “성공은 바라는 것을 힘들이지 않고 쉽게 성취하는 능력이다.” 귀가 솔깃하다. 어떻게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성공이 가능할까. 초프라는 ‘최소 노력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낭비가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권력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낭비다. 초프라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내 의견·관점·주장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의 99%를 낭비한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관점에 대해 스스로를 개방하는 게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책의 내용을 재구성하면 이와 같다.

 불교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불성(佛性)을 지녔다고 한다. 힌두교 전통에서 논지를 펼치고 있는 초프라는 우리 모두가 신성(神性·divinity)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초프라는 서양 철학이나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아(self)가 신성과 같다고 본다. 또 자아·신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혼이다.

 누구나 자신의 자아·영혼에 대해 어렴풋이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초프라가 말하는 ‘순수한 의식(pure consciousness)’으로 우리의 ‘진짜 자아(true Self)’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래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살고 있다.

 우리의 본래 모습은 이래야 한다. 두려움이 없다. 특히 어떤 도전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유롭다. 비판·비난을 받아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보다 열등하다고도, 남보다 우월하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본래의 모습을 찾는다면 마법 같고 신비스러운 황홀경을 체험할 것이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해볼 만한 것들이 있다. 우리의 신성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우선 침묵·명상과 ‘판단하지 않기(non-judgment)’다. 가끔씩 하루나 이틀, 일주일까지 침묵해 보기를 실천하라. 명상은 적어도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씩 매일 해야 한다.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를 따지지 않는 게 ‘판단하지 않기’다. 매일 아침을 “나는 오늘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으로 시작하라.

 초프라는 또 지금·오늘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는 얼마든지 내가 바라는 그대로 바꿀 수 있다. 그러니 현재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을 한번 유보해 보라. 현 상황에 대한 책임도 묻지 말라고 주장한다. 현 상황은 내 잘못도 아니고 남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다.

 왜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하는 것일까. 안 해본 것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 산다. 그래서 침묵을 체험할 필요가 있다. 질문·판단도 많이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체험하는 데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신성을 깨닫지 못한 자아에는 때가 묻어 있다. 잠재력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게 어렵고 가난하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신성을 되찾은 순수한 자아는 깨끗하다. 잠재력이 무한하다. 모든 게 쉽고 풍요롭다. 에너지가 넘친다. ‘신성 체험 이전’의 고질적인 특징은 불안감에서 오는 집착·애착이다. ‘신성 체험 이후’로 나아가려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무심해야 한다. 거리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판단하지 않기’다.

 초프라는 힌두교의 인과율에 따라 ‘매 순간의 선택이 모여서 미래가 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선택을 습관적으로 한다. 초프라는 ‘무의식적인 선택’에서 ‘의식적인 선택’으로 바꿔볼 것을 권유한다.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물어라. “이 선택의 결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 선택의 결과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인가.” 좀 더 쉬운 방법은 우리 몸에게 묻는 것이다. “내가 이 선택을 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라고 몸에게 물어라. 몸의 응답이 편안한 느낌을 주면 좋은 선택이다. 뭔가 불편하면 나쁜 선택이다.

 우리가 신성을 복원하면 재물·권력·명예를 얻는 것뿐 아니라 창의성을 구현하는 것도 쉽다. 초프라는 “모든 창조의 과정은 자아 혹은 신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과정이다”라고 정의한다.

디팍 초프라(Deepak Chopra·1947~ ) 1947년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났다. 1970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원래 직업은 내분비학 전문 의사다.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세기 100대 아이콘·영웅’ 중 한 명으로 초프라를 선정했다. 75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현재 컬럼비아대·노스웨스턴대 비즈니스 스쿨 겸임교수다.

[좋은 삶, 좋은 책] (23) 디팍 초프라 『성공의 7가지 영적 법칙』
하루 이틀 침묵에 빠져 보고 아침·저녁 30분씩 명상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 되찾아야

김환영 기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심의실 위원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