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비논쟁과 한국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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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대국」일본이 국력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갖출경우 그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증강된 일본의 군사력은 월남전 이후 미국의 태평양지역 전력저하를 보완하게 될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련이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확보하는것을 저지하여 이지역의 세력균형에 일조를 하게 되는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위의 수준」을 넘어서는 일본의 군사력은 소련에 대한 군사적인 견제역할을 하여 중공이 소련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줄고, 그래서 중공의 근대화가 촉진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방위력증강이 소련에 압력을 가하면 소련의 북괴지원의 여유가 그만큼 줄어들어 한반도의 안정에도 기여할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후 35년동안 일본은 재무장을 금지하는 헌법조항을 방패삼아 안보는 전적으로 미국에만 의존하면서 오로지 경제적인 번영만 누려왔다.
경제대국 일본의 「이미지」와 그 군사적인 소국의 「이미지」를 희화적으로 비유하면 마치 대학생이 유치원생의 옷을 입고있는 꼴이다.
미국이 70년대에 들어서서 세계의 도처에서 힘의 한계를 드러내고 반대로소련은 「페르시아」만·인도양·서태평양 일대에서 특히 해군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사태를 당하여 일본이 방위비증액, 군사력증강의 압력을 받는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군사비증액의 논쟁은 미국이 일본에 81년부터 3년간 계속하여 국민총생산(GNP)의 1%를 군사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81년도의 일본의 방위예산은 1백억「달러」인데 그것은 GNP의 0.9%에 해당된다.
일본은 1백억「달러」의 방위예산은 절대액수로는 세계7위일뿐 아니라 간접비까지 합치면 GN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5%나 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의 귀결은 한국안보에 크게 파급될 성질의 것이라 한국이 엄격한 제3자적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타일랜드」·「말레이지아」·중공과 함께 일본이 지금까지 소극적인 안보정책의 틀을 벗어나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란다는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지만 소련은 극동지역에 80개사단의 지상군과 함께 초음속 전폭기「백파이어」, 최신중거리「미사일」SS-20을 포함한 막강한 공군력을 배치하고 있다.
뿐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소련해군력은 지난 5년동안 급속히 강화되어 미국과 일본의 전략물자공급로와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일본에이르는 원유수송로를 직접 위협하고있다. 이것은 자위수준 이상의 재무장을 금지하는 일본헌법이 제정될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상황을 의미한다.
일본은 인지「쇼크」, 한국에서 일어난 철군「쇼크」,「아프가니스탄」사태를 체험하고도 경제와 기술지원이라는 비군사적인 방법으로 「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안보의 무임승차자라는 지탄을 받고있다.
사실 GNP의 몇%라는 숫자놀이는 이런 달라진 상황에 대한 일본의 개안만큼 중요한 것 같지가않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안에서도 적정수준의 군사력증강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점이다.
일본이 긴장이 고조된 「아시아」, 소련이 군사적인 우위를 누리는 「아시아」, 그래서 미소간의 군사력의 균형이 무너진 「아시아」에서 비군사적인수단으로 일본만의 안보를 보장받을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불안을 자초하는 오산임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의 국가적「에고이즘」의 발로라고밖에 볼수가 없다.
일본은 80년대의 새로운 상황의 요구에 눈을 떠야한다. 일본은 한국·미국등의 우방들과 함께 일본이 맡을 안보상의 역할과 일본군사력의 적정수준을 협의하면서 한편으로는 GNP의 7%를 국방비에 쓰는 한국에대해 성의있는 경제협력의 자세를 취해야한다. 「한국의 안보가 일본의 안보에 긴요하다」는 논리의 연장선위에서 그것은 일본이 맡을수 있는 효과적인 역할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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