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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는 TV로 돌아가라"|영협연기분과, 영화출연 규제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화에「탤런트」들의 출연을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영협 산하 연기분과(배우협회위원장 신성일)는 TV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은「탤런트」들이 영화로 몰려들어 영화 전문 배우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고 주장,「탤런트」들의 영화출연을 막자고 나선 것이다.
연기분과는 최근 운영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연기분과는 배우들의 TV출연도 일체 않기로 결정했다.
「탤런트」들의 영화출연은 과거에도 심심찮게 문제가 되어 왔었다.「탤런트」들의 영화출연으로 배우들은 일터를 잃게됐고 이것이 또 영화불황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래서 77년도 대종상에선「탤런트」들에겐 연기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반발한「탤런트」1백4명이 무더기로 연기분과를 탈퇴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배우와「탤런트」들은 78년3월 연기분과가『회원은 비회원이 출연하는 작품엔 공연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탤런트」들이 출연하는 영화를「보이코트」하기로 해 배우와「탤런트」사이의 불화는 더욱 심화돼 한동안 영화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자들과 감독들의 중재로「탤런트」들은 다시 연기분과에 입회를 했고 겉으론 평정을 되찾은 듯 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은 계속되어 왔는데 급기야 이번에 또 한차례 연기분과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하게 된 것이다.
연기분과 운영 위원인 최병철씨는『「탤런트」만이 연기자가 아닌데도 제작자들이「탤런트」들의「네임·밸류」만 믿고 영화 전문 배우들을 따돌린다』고 지적하고「톱스타」부재의 타령만 말고 전문 배우를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즉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스타」가 있어야만 영화 중흥에도 일조가 된다는 것이다.
연기분과 부위원장 윤일봉씨도『영화가 TV연기자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영화 전문 배우 가운데서도 훌륭한 연기자가 많다』고 했다. 하명중씨도 영화배우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TV출연 요청을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정인엽 감독도『영화는 원칙으로 영화전문배우로만 제작해야되며 기회있는대로 이 문제를 감독 분과에서 거론하겠다』고 했다.
현재 영화와 TV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중요「탤런트」는 유지인·정윤희·장미희·이순재·최불암·박근형·한진희·남윤정 등 20여명.
만약 연기분과의 조치가 어떤 결정으로 나타날 경우 이들의 영화활동은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지난해 TV보다는 영화 쪽에 더 활동을 보인 유지인양은 연기분과의 운영회의에 대해『출연 중인 TV극을 끝으로 영화배우로서의 긍지를 갖고 영화에만 몰두하겠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TV쪽에 더 비중을 두고있는 정윤희양은 촬영장에서까지 TV극 대본을 왼다거나 TV녹화 때문에 촬영「펑크」를 내 영화제작「스태프」들로부터 번번이 불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탤런트」쪽에서도 반론이 거세다.「탤런트」협회(회장 이낙훈)측은『연기분과에 입회금을 내고 정당히 가입했는데도 선거권은 물론, 피선거권, 그리고 영화상의 수상권도 주지 않으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면서『연기분과가 회원 배우들을 보호하자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영화사나 감독이 필요로 하는 연기자들을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했다.
아뭏든「탤런트」들의 영화 출연 규제 문제는 곧 어떤 결정적인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항상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는 문제라 이것이 어떻게 매듭지어질는지 영화계나 방송계에서 함께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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