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앞에서 146km 던진 광주일고 채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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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선. [사진=중앙DB]

"키 작고 말랐다고요? 제가 그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20일 강원도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제4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후원) 16강전 광주일고와 경남고의 대결. 광주일고는 경남고 선발투수 이승호(16)가 난조에 빠진 틈을 타 1회 초에만 대거 5점을 뽑았다. 광주일고 선발 한두솔(18)은 3회 1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 6회까지 경남고 타선을 4피안타 7탈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한두솔은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김정현(18)에게 넘겼다. 김정현은 첫 타자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두 타자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했다. 김선섭(41) 광주일고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왔고, 우익수를 보던 채지선(19)을 향해 손짓을 했다.

우익수 채지선은 5-1로 앞선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가 힘껏 던진 초구는 스피드건에 시속 146km가 찍혔다. 하지만 외야에서 수비를 하다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 탓에 몸이 덜 풀려 제구가 좋지 않았다. 채지선은 볼넷-유격수 실책-몸에 맞는 볼로 3점을 내줬다.
5-4로 쫓기던 2사 만루에서 채지선은 경남고 7번 최철훈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8회와 9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하고 팀의 9-4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은 "채지선이 위기를 잘 벗어났고,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지선은 광주 학강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야구를 늦게 시작한 탓에 초등학교를 1년 더 다녔다. 야구를 못해 받아주는 중학교가 없었단다. 또 투수로는 다소 작고 마른 체구(1m80cm·70kg)다. 하지만 그는 "꼭 키가 크다고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마른 선수가 못 던질 이유도 없다. 내가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채지선은 고교 3학년 가운데 김민우(마산용마고), 엄상백(덕수고)과 함께 시속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로 손꼽힌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실전에서 던질 만큼 좋다. 제구가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선수 중 하나다. 지난 5월 26일 열린 전국체전 지역예선 광주동성고와의 경기에선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타격 재능도 뛰어나팀에서 3번이나 4번을 친다.

채지선은 "프로에 가서 타자를 할지 투수를 할지 아직 모르겠다"며 "컨디션이 좋다. 우선 이번 대회에서 팀이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춘천=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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