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표라도 더˝…막바지 득표전|「초읽기」에 몰린 선거인선거운동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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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선거인 선거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달24일 선거일이 공고된후 29일까지 전국에서 9천여후보가 등록해 한표의 호소로 열을 올렸다. 엄격한 공영제,전례없는 공명선거 「캠페인」으로 선거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그가운데서도 한표를 얻기위한 후보들의 노력은 다름 없었다. 전국적으로 선거인 선거양상과 이색적인 모습들을 소묘해본다.
선거벽보나 공보이의에는 합법적인 유일한 선거운동기회인 합동연설회가 그동안 전국적으로 열렸는데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연설제한시간 20분을 채우지 못했다.
7일에 열린 부산 영도제3선거구의 합동연설회는 5명의 후보자가 연설을 했는데 53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이중 박삼용씨는 미리 써온 연설문을 책읽듯이 읽고 3분만에 하단.
8일의 부산 동구제2선거구에서 김용홍후보는 『나는 기호4번 무소속의 금용홍입니다. 나릍 지지해주면 좋은 대통령후보에게 표를 던지겠읍니다』 고 한마디 만을 한뒤 단을 내려갔다. 또 홍성군장곡선거구 합동연설회에서 이경호후보(무소속) 는 자신의 성명을 밝힌뒤 『내가 누구룰 지지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아시겠기에 얘기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는 말만하고 하단.
특이한 공명선거사례도 나와 경산부안심읍 후보자7명은 변호사에게 위반할 경우 1천만원의 벌금을 내고 부정고발자에게는 1백만원의 보상금을 준다는 문서를 작성시켰으며 대구 수성3구 후보자들은 1백만원씩 공탁금을 냈다.
또 경산군와촌면후보자들은 합동유세를 포기하고 단체여행을 갔으며 월성군외동면에서는 후보자들이 장날에는 일체 밖으로 나다니지않고 집에만 있기로 결정.
선산군산동면의 경우 후보5명이 지난달29일 공명선거를 다짐한다고 뿔뿔이 여행을 떠난것 까지는 좋았으나 2일의 합동연설회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연설을 들으러나온 유권자 2백50명만 헛걸음을 쳤다. 충남의 대덕군산내면과 아산군송악면에서도 합동연설회장에 후보자들이 한명도 나타나지않았다.
전북무주군무풍면의 경우 하태술·양병구·신동춘 세후보가 지난3일합동유세도 하지앉고 공명선거를위해 선거운동믈 하지않기로 합의한뒤 투표당일인 11일 돌아온다는 말만 남기고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채 함께 여행을 떠났는가하면 완주군고산면의 박무성·구영철·박승진세후보는 합동유세가 끝난 7일함께 행적을 감췄다.
완주군상관면의 경우 후보자들이 다섯차례의 단합대회를 갖고 『누가승자가 되건 운으로 돌리고 패자는 서운하게 생각지 말자』 고 합의한뒤 정초에도 일체 세배를 다니지않고 유세장에 나올때는 사이좋게 같은 승용차를 이용.
구정이 지난뒤 부터는 후보자들이 큰절로 세배드리는 모습이속출.
협성상고운동장에서 열린 대구수성3구 연설회에서 모후보는 맨바닥에서 큰절을 했고 월배국민학교에서 열린 연설회에서는 한후보가 세배를 하자 잇달아 등단한 후보들도 단아래 내려와 세배.
대교국민교에서 열린 부산영도구제3선거구 연설회장에서는 이문형후보가 설날에 일일이 세배를 드려야 했는데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해서 못한 점을 용서해달라며 넓죽엎드려 박수갈채를 받기도했다.
이번 선거에는 그야말로 「아마추어」이 많이 나와 이색적인 발언이나 엉뚱한 행동도 적지 않았다.
여수의 한 민권당후보는『소속은 민권당이지만 대통령만은 전대통령을 지지한다』 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원군에서 유일한 민권당후보인 원규종씨는 7일 열린 연설회에서 연설도중 원고를 분실해 갑자기 단에서 내려와 원고를 찾느라 약2분동안 단장을 비우기도 했다.
동해시 제1선거구연설회에서 기호 11번인 방용문후보는 축구공을가지고 등단, 『축구외교를하는 차범근선수의「백 넘버」도11번이고 내기호도 11번이니 잘 기억해서 표를 찍어 달라』 고 호소.
의정부제1선거구에서 63세의 어느 후보는 『나이 많은사람에게 한표던져 사람 좀 만들어 달라』 고거의 애걸조로 부탁.
이리국민교에서 8일하오에 열린 이리제2지구 합동연설회에서 전통대운영위원장이었뎐 이춘기후보는『지난번 대통령당선을 선포한 나에게 마지막봉사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
대개의 연설이 친여적이었으나 부산남구 제2선거구에서 야권의 S후보는 『일류대학의 정원 미달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 고 신랄히 비판.
한편 합동연설회장에는 각당지구당위원장들이 나와 국회의원선거를 겨냥한 악수공세를 벌이기도 했는데 대구모위원장은 악수를 하도 많이해 오른손에 퍼렇게 멍이들기도 했다.
9일 전북지역의 마지막 합동연설회장인 완주군상관면 대성국민학교 운동장에는 청중이 모이지않아 30분늦게 겨우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연설회를 개최하는등 이날 도내 33개소에서 개최된 마지막 유세가 한결같이 유권자의 외면속에서 진행됐다.
선거인정수 2명에 4명의 후보가 나온 상관면유세장에서 청중들은 아직 눈이 녹지않은 운동장에모이지 않고 양지바른 학교건물쪽에 붙어 서있자 주최측은 연단을 아예 1백80도 돌려 학교건물쪽을 보도록 설치했고 연사들은 학교벽을 보고 연설하는 진풍경을 빚었다.
후보자들이 갱지에 써온 원고를 읽는동안 청중들은 후보연설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잡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동네 어린이들만이 뛰어다니는 풍경을 빚었다.
청중이 별로 모이지 앉자 후보중에는 청중 동원책을 쓰는 사람도 있다.
7일 수원수진국민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는 13명의 후보가 각기1백여명씩의 유권자들을 동윈하는 통에 대성황을 이뤘다.
그런가 하면 같은날 수원 신풍국민교에서 있은 수원제1선거구 연설회에는 4백여명의 청중이 모였으나 어느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2백7O여명이 한꺼번에 퇴장해 버려나머지 후보들이 『김빼기작전이 아니냐』 고 불평.
또 6일 목포제3선거구 합동연설회에는 5백여명의 청중이 모였으나 모기업체회장의 연설이 끌나자 청중의 3분의2 가량이 빠져나갔다.
이러한 사태를 예견해 광주북구 제2선거구 입후보자들은 지난2일합동연설회 직전에 모임을 갖고 『어떤후보의 연설이 끝나면 곧바로 연설장을 빠져나가는 김빼기 작전이없도록하자』 는합의를 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공명선거 분위기때문에 이번선거에는 비용이 전혀 들지않는다는게 후보자들의 얘기지만 안보이게 드는 선거경비가 후보당 평균 3백만윈씩은 될것이라는 계산들.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과거 통대선거처럼 호별방문·막걸리대접·금품수수등은 하지않지만 표를 모으기위해서는 비밀운동원을 두어 학연· 지연· 혈연을 찾아 은밀하게 운동할 수밖에 없다는것.
한 후보자가 5∼6명의 운동원을 쓸경우 이들의 일당과 후보자자신이 쓰는 경비등을 합쳐 3백만원선은 될것이라고 한 관계자가 말했다.
경북지역에서 자당지지선거인후보수를 놓고 민정당의 분석과 민한당등 다른 3개 정당의 통계가 크게 어긋나고 있다.
민정당측은 민한당후보가 도내전체에서 90명뿐이며 무소속 지지자도 극소수라고 분석하고 있는데비해 민한당측은 정수의 3O%는 된다는 주장.
민한당은 정수 50명인 대구동-북구에서 동구 민한후보 6명, 무소속7명,북구 민한당후보6명, 무소속 8명으로 정수의 50%가 넘는 27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정당측은 동-북구 통틀어 민한지지자는 6명뿐으로 집계.
또 달성-고령-경산(정수71명)에서는 당추천 13명,무소속 34명으로 47명이 민한지지자라는 민한당통계에 비해 민정당측은 12∼13명선으로 추정.
민정당 통계로는 그나마 국민·민권당후보는 거의 전무한 상태로 되어있다.
다수후보를 낸 민정당측은 자당후보끼리의 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후보간 구역을 정해 그 경계선을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조정한 예도 있다.이때문에 일부지역에서는 1천표를 밑도는 득표로도 당선자가 나올것 같다고 했다.<김영배·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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