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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금 '경단녀' 예방 주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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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롯데그룹이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육아휴직한 여성 인력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출산하면 회사를 그만두던 시절에 비하면 여성 인력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 것이다.

 신동빈(59) 롯데그룹 회장은 19일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러분은 롯데의 가장 소중한 인재이자 자랑”이라며 “워킹맘 여러분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육아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롯데그룹이 3개월 뒤 복직 예정인 육아 휴직자를 위해 만든 ‘복직 가이드’ 책자『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사진)를 통해서다. 책자에는 복직에 앞서 준비할 일, 남편과 역할 분담하는 방법, 아이를 맡기는 방법의 종류와 장단점 등을 꼼꼼히 담았다. ‘우리는 엄마가 된, 품이 넓은 당신이 필요합니다’ 같은 문구도 넣었다. 아기를 두고 복직하는데 심리적 갈등을 겪는 직원에게 보내는 ‘구애’의 메시지다.

 롯데는 2012년 10대 기업 중 처음으로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로 신청을 하지 않아도 1년 동안 육아휴직이 된다.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 뒤 롯데그룹 임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59%에서 91%로 껑충 뛰어올랐다. 출산 직후 여성 인력이 육아를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엄마 퇴직’이라는 속설이 나올만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워킹맘의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자녀입학돌봄 휴가 및 휴직제도’도 지난해 3월부터 적용했다.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휴가는 7일, 휴직은 한 달까지 쓸 수 있다. 롯데백화점처럼 퇴근이 늦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계열사는 오전 8시30분~오후9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도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롯데인재개발원의 전영민 인재경영연구소장은 “여성 인재에 대한 배려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당위 차원에서가 아니다”라며 “고령화가 심화되고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여성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가 기업 간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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