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재향군인회 규정 따라 겉으론 미국인 내세워 "한국인이 경영"|퇴폐-탈선의 온상|「디스코 테크」성업|서울 이태원·서초동에 20여 곳, 파주·문산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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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고·클럽」이나「카바레」가 아닌데도 춤도 추고 술도 마시는「디스코테크」라는 변태유흥업소가 서울·인천 등 전국대도시와 파주·문산 등 기지촌일대의 곳곳에 허가도 없이 성업중이다. 「디스코」춤바람을 타고 1, 2년 전부터 부쩍 눌어나기시작한이들업소는서울용산구관내에만도12군데나 들어서「디스코」뿐만 아니라「스트립·쇼」·도박장운영 등 내국인을 상대로 퇴폐의 극을 치닫고 있다.
이들 업소는 모두 미 재향군인회(AFVA)에 등록된 미국인 전용 「클럽」 으로 「멤버십」이 있는 사람과 회원의 동반자에 한해 출입하도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미국인을 내세워 한국인이 경영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
이들 업소가운데 술과 춤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입장료가 없는 데다 술값이 비교적 싸고 외국인 업소라는 간판 때문에 단속도 소홀하고 고객의 대부분이 재수생 등10대 청소년들로 탈선의 온상이 되고있다.

<업소>
「디스코」선풍과…함께 1, 2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이들 업소들은 서울 이태원등의 「스포츠맨· 클럽」「서비스맨·클럽」등 12개소, 강남구서초동일대의 「스캔달」등 6개소로 서울시내에만 줄잡아 20개소.
형식적으로 미국인 주인이 있고 미 재향군인회 규정에 따라 5∼6명의 미국인종업원을 고용하고는 있으나 이들이 하는 일은 출입문의 수위역할정도 지배인·「웨이트리스」등 나머지는 모두가 한국인이다.
출입문을 지키는 미국인(대개가 일당을 받고 야간에만 일하는 미국인) 도 통제를 거의 하지 않아 「멘버십」이 없는 사람도 그저『누구의 친구다』라는 말만 영어로 할 줄 알면 「프리패스 」다.
서초동의 「디스코· 클럽」「스캔달」은 얼마 전까지도 건설업체인 K사의 2세인M모씨가 경영해오다 최근 손을 뗐으며 이태원동의 「스포츠맨·클럽」주인은 미국적을 가진 최모씨.
이들 업소들은 『수익금은 고아원 등 요구호대상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미재향군인회의 규약에 따라 연말이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형식적인 위문을 「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미국의 본부에 실적으로 보고하는 등 편법을 쓰고있다.
또 미국인에게만 발급해주는「멤버십·카드」를 한국인에게 2만∼3만원씩에 팔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실태>
춤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의 경우 1백여 평의「홀」, 20평 가량의 무대양쪽에「밴드」대신 사람 키 만한 고성능 「스피커」 에서 옆사람과 얘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요란한 「디스코」음악이 쉴 사이 없이 울린다.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에서는 온갖 조명장치를 동원해 눈이 어지러운「사이키델릭」불빛이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하오 6시부터 밤11시까지 영업하는 이업소의 단골고객은 재수생 또래의 앳된 청소년과 대학생이 대부분이고「샐러리맨」초년쯤이면 늙은 축에 끼여 무대로 나서기가 쑥스러울 정도.

<도박장개설>
지난달 16일 서울지검 특수부에 검거된 「포커」족「후암동파」 는개인의 2층 양옥을 빌어 비밀「포커」장을 개설, 5억 여원의 판돈을 굴렸다.
개장주 이복원씨 등은 외국인전용 「클럽」으로 가장하기 위해 집 벽에「미재향군인회전용클럽」 영문판을 내걸었으며 실제로는 국내청년실업가들을 모아「포커」판을 벌여왔다.
실내는 「포커·룸」외에 침실·휴게실·「스탠드·바」등을 갖추고 고급「소파」와 양탄자 등으로 실내장식을 했으며 미녀「딜러」들을 고용했다.

<쇼>
2일 서울용산 구청조사반이 적발한 한남동 V·F·W「클럽」의 경우 밤10시쯤부터는 미국인「스트립·걸」1명이 조명을 받으며「홀」안의3평쯤 되는 무대위로 등장, 전라의 「쇼」를 하고 있었다. 당시 「홀」안엔 외국인 손님은 만3명, 나머지49명은 내국인이었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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