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가공할 힘…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느 누구도 외딴섬처럼 독존할순 없다….
네가 인류의 한 부분인 이상
어느 타인의 죽음도 나의 상실….
그러니까 친구여 조종이 울릴 때
누구의 장례식인지 알려하지 말아라
그것은 바로 너의 조종이니라. -「존·던」(17세기 영국시인)
「존·던」의 시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뜻에서 오늘의 인류는 핵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러지」로 해서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핵은 한편으로 지구 위에 힘겹게 세워놓은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할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문명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신이 인간에게 허용한 최후의 비밀이라 할 핵 기술이 인류를 21세기로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다리가 될지, 아니면 일거에 세계를 석기시대로 퇴보시키는 재앙의 씨가 될지는 오로지 인간의 지혜에 달려있다. 그런 엄청난 위력 때문에 핵 기술과 그것이 내포하고있는 여러 가지 잠재력은 이제 소수전문가의 독점물로 내버려둘 수 없는 절박성을 안고 있다. 6회에 걸쳐 연재될 이 「시리즈」는 오늘의 핵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해서 마련된 것이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원자력 발전소는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장치의 하나다. 「에너지」궁핍시대를 맞아 풍력·조력·태양열등 여러 가지 대체 「에너지」가 실험중이지만 원자력발전만큼 확실치 않기 때문에 원자력「에너지」야말로 유일한 21세기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원자력발전소를 다투어 건설하고 있는 세계각국 정부와 이 관계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81년의 현실로 돌아와 보면 문제는 낙관론만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핵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인간에게 유익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방사능은 극히 유해하다. 사고로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경우와 부산물로 나오는 「플루토늄」을 무기제조의 원료로 쓰는 경우 및 유독성 폐기물질의 처리문제로 구별해서 생각해보자.

<가장 확실한 대체연료>
먼저 사고의 경우.
74년 미국MIT대 핵물리학 교수「라스무센」의 주도아래 60명의 과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발표한 보고서 중에서 『최악의 사고가 끼칠 피해』부분은 다음과 같이 소름끼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고 후 30년 동안에 발생할 피해="▲즉사" 3천3백명 ▲조기발병 4만5천명 ▲갑상선종양 24만명
사고 후 1백50년 동안의 피해=▲암으로 인한 사망 45만명 ▲유전상의 결점으로 인한 기형아출산=3만명 ▲기타 토지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1백40억「달러」> 이 보고서는 동시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2억년에 한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피해전망이 풍기는 가공할 공포감을 중화시키고 있다.
좀더 산문적 표현으로 「프레드·포일」교수는 『모든 전기를 핵 발전에 의존하는 경우라도 핵 사고로 죽을 가능성은 고양이에게 할퀸 상처로 죽을 가능성만큼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핵 사고는 그런 해박한 전문가들의 「컴퓨터」계산보다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틀림없이 잘못된다』는 상식철학인 『「머피」의 법칙』을 따르는 듯하다.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진 사고는 ▲50년대 소련의 「우랄」지방에서 핵폐기물이 폭발, 많은 사람이 다치고 1천5백 평방「마일」일대가 주거불능 지대화한 사건 ▲57년10월8일 영국의 「윈드스케일」에서 제1원자로에 불이나 이틀동안 11t의 「우라늄」이 타버린 사건 ▲79년 미국의 「해리스버그」원자로가 과열, 오염된 냉각수가 바깥으로 유출된 사건 등이다. 이밖에도 「체코슬로바키아」·서독 등지에서도 사고가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이용 등 경계해야>
원자력발전소의 생명은 냉각장치다. 이 장치가 잘못될 경우 원자로의 온도가 끝없이 올라가서 핵로가 녹고 이어 핵로를 둘러싸고 있는 17척 두께의 강철과 「콘크리트」보호벽을 녹이면서 핵물질이 밖으로 나와 대기와 땅을 오염시킨다. 「제인·폰더」는 바로 이런 종류의 사고를 주제로 한 영화『차이나·신드롬』(중국증후)을 제작해서 79년도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이 영화가 나온 직후 「해리스버그」핵사고가 영화와 비슷한 경로로 발생해서 영화사는 돈을 벌고 핵발전 반대운동은 많은 지지자를 얻었다. 그보다도 이 사고는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핵사고의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확인해준 점이 큰 결과였다.
「차이나·신드롬」이란 그런 사고로 핵로가 녹으면 아무도 손을 못쓰게 되고 핵로는 스스로의 열로 땅을 녹이면서 내려가 마지막에는 지구의 반대편, 즉 미국의 반대편인 중국 땅에 이 방사물질이 다다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해리스버그」는 1시간만 방지책이 늦었으면 「차이나·신드롬」에서처럼 핵로가 녹아 내렸을 것이라고 후에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악의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입증한 셈이다.
더구나 핵 기술이 부족한 제3세계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훨씬 높다는게 큰 문제다.
무기의 경우 핵의 위해는 자명하다. 다만 「우라늄」의 부족현상으로 핵재처리시설이 확산될수록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세계각처에 흔해지고 그 결과 군소국가들은 물론 범죄단체나 「게릴라」단체가 이를 입수해서 무기화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할 것 같다.
핵발전소의 쓰고 남은 찌꺼기는 5천년 내지 1만년 후에야 유독성이 분해된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폐기물은 영구저장소가 마련될 때를 기다리며 잠정적으로 액화산「탱크」속에 잠겨있다.
유리관속에 넣어 5백m땅속 바위 안에 매몰하는 방법, 해저에 묻는 방법, 심지어 우주로 발사하는 방법 등이 현재 논의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위험한 폐기물로부터 5천년, 1만년 후에 태어날 아기들을 보호해야 되는 엄청난 난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 중단되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5천∼1만년후 분해>
원자력「에너지」의 옹호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영국원자력「에너지」청 회장인「존·힐」경은 『원자력「에너지」야말로 산업사회의 번영을 기약하는 구원의 손길』이라고 했다.
원자력「에너지」의 옹호자들은 『깨끗하고 조용하고 안전하다』는 3가지 장점을 우선 내세우고 있다.
좀더 열광적인 사람들은 원자력「에너지」가 성숙기에 들면 연기 한가닥, 소음 한「옥타브」내지 않고 『사막은 옥토가 되고 「정글」은 전기불을 밝힌다』는 식의 낙관론을 편다.
자체 소비연료의 98%를 재생시켜 다시 사용함으로써 1t의 「우라늄」이면 2백만t의 석탄과 같은 양의 열을 얻을 수 있다는 고속증식핵발전소가 이미 완성단계에 와있고 21세기 중반에는 문자그대로 무한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핵결합식 발전소가 개발중이니까 그런 낙관론이 허망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세계에는 2백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하고 있고 국제핵연료 순환평가기구(INFCE)는 80년대중 매년 50∼75가의 원자력발전소가 증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도 그런 낙관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핵 기술이 「새로운 태양」이 될지 「죽음의 신」이 될지를 결정해야 되는 선택의 시간은 먼 훗날이 아니고 바로 오늘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