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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한국 국민 하나 되도록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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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야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 전달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박 대통령에게 기념메달과 묵주를 선물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일 오전 10시18분 명동성당에서 강론을 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곤 눈인사를 했다.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박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그리고 교회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45분여가 흐른 뒤 예식까지 끝낸 교황은 박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직접 내려왔다.

 ▶교황=“오늘 (미사에) 참석해 주시고 방한 기간 중에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박 대통령=“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편안히 돌아가시기 바란다.”

 ▶교황=“한국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드린다.”

 박 대통령에게 기념메달과 묵주를 선물로 준 교황은 “(교황청이 있는) 로마에서 뵙기를 고대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명동성당 본당을 나설 때까지 떠나는 교황의 모습을 선 채로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4박5일간 한국을 찾은 교황을 극진히 예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정상들과는 수평적 관계에서 만났지만 교황께는 수직적 관계로 예우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 개의 일정을 교황과 함께했다. 입국 첫날 서울공항 영접과 청와대 행사, 출국 직전의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참석 등이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는 지난 4일 청와대에 명동성당 미사(18일)와 광화문 시복식(16일)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보냈고, 박 대통령은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하길 원했다고 한다. 출국장에 정홍원 국무총리를 참석하게 한 것도 흔치 않은 예우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부 의전 서열 2위인 총리가 배웅을 한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교황 앞에서 늘 자신을 낮췄다. 공항 영접 때는 교황 뒤에 한 걸음 떨어져 걸었고, 교황이 청와대에 도착했을 때는 가랑비에도 쓰고 있던 우산을 물리고 교황을 맞았다. 11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방한한 고령(78세)의 교황을 위해 박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동선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스페인어(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의 모국어)를 할 줄 아는 박 대통령이지만 통역관을 미리 만나 발음과 표현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 뒤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건 지난 5월 18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미사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만 대동했지만 이번엔 청와대 참모진뿐 아니라 윤병세 외교·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리(1차관)와 함께였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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