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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대중의 감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이른바 김대중사건이 23일 매듭지어졌다. 대법원이 이날 12명의 관련피고인들의 형을 원심대로 확정지은 상고심기각판결을 내린데 이어, 전두환대통령은 김대중에 대한 감형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국민화합의 견지에서 타당하다는 국무회의의 의결결과를 보고받고 사형이 확정된 김대중을 무기로 감형한 것이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이번의 관용적조치는 비록 이들의 범죄사실은 3심의 공개재판을 통해 법적으로 확인된 것이긴 하지만 ①김대중사건은 구시대의 슬픈 유산으로서 과거의 악몽올 갖고 제5공화국의 서장을 얼룩지게할 필요가 없고 ②우방 및 국내외인사로부터 인도적 견지에 입각한 관용호소가 있었으며 ③김대중자신이 국가안보에 누를 끼친 점올 뉘우치면서 아량과 선처를 요망하는 탄원서를 낸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국민화합과 새시대를 이룩하기 위한 일대 결단으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김대중 등의 국가전복음모사건은 작년봄의 국가적위기룰 조성함으로써 사실상 파탄으로 종말을 고한 70년대의 구정치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며, 따라서 김대중은 구정치판도에서의 반체제였기 때문에 새시대의 새정치와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 관용을 베풀게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새5공화국의 합헌적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새로이 전개될 새시대가 구시대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역사적전환점이 되게하기 위해서는 구정치의 정치적 잔재를 깨끗이 정리할 필요성은 크다. 대내외적으로 닥칠 도전과 시련을 극복해나가야할 우리로서는 언제까지나 지난날의 정치적 악몽과 씨름하고 있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이 새삼 가슴에 새겨야 할것은 어떤 주장이나 의견을 내세우고 관철함에 있어 합법적 절차나 방법이 무시되어서는 안되겠다는점이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적 여건이나 기본이념을 떠나서 선동과 힘에 의해 국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민적 결의를 새로이 해야 할때인 것이다.
민주주의란 그 목표만이 아니라 절차와 방법까지도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같은 초보적인 원리마저 제대로 지커지지 않은 것이 구시대의 정치의 실상이며, 그것을 단절시키겠다는 것이 새시대의 지향임을 다시금 인식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감형조치는 인도적 견지에서 김대중의 구명을 호소한 우방 및 세계의 평화애호국민들의 요청에 대해 행동으로 응답한 것이된다. 이미 국제정치속에서 뚜렷한 좌표를 설정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조치를 통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국게사회에서의 우호와 이해증진을 위한 전향적의지를 선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한때 불편했던 한미간의 관계는 전두환대통령과「레이건」대통령간의 정상회담 개최로 새국면에 들어갔거니와 한때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던 일본과의 관계도 이번 김대중에 대한 감형을 계기로 한층 긴밀화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게 되었다.
김대중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대통령앞으로 보냈다고 한다.뉘우치는 사람에 대해서 가능한한 관용을 베푼다는 정부의 대국적입장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감형조치가 시대적명제인 국민화합에 크게 기여 할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구에게도 이익을 주지 못할뿐 아니라 국력의 소모만을 가중시킨 이번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말아야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감형된 피고인들도 앞으로 그들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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