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로 양분돼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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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놓고 친(親)중파와 반(反)중파로 양분됐다.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17년 만에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중국의 정책)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18일 홍콩 대공보(大公報) 등에 따르면 친중 단체인 ‘보통선거 보호·센트럴 점령 반대 대연맹’ 소속 회원 등 10만여 명은 17일 시내 빅토리아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예정대로 치를 것을 주장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찬성하는 청원운동에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과 초대 행정장관을 지낸 둥젠화(董建華)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등 140여만 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센트럴 점령 반대 대연맹’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반중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에 맞서 결성된 조직이다.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최근 “중국 정부가 2017년으로 예정된 홍콩의 첫 행정장관 직선에 반중(反中) 성향 인사의 출마를 금지할 경우 선거를 보이콧하고 홍콩의 중심지이자 주요 관공서가 몰린 센트럴을 점령하겠다”고 선언했다. 2011년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영향 받은 이 단체는 홍콩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의 금융 인사들이 중국 정부의 홍콩 내정 간섭에 반대해 지난해 결성됐다.

앞서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민진)’도 홍콩 주권 반환 17주년인 지난달 1일 도심에서 50여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의 민주화 확대와 행정장관 직선시 반중파 인사 출마 배제 중단’ 등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간선제로 치러지던 행정장관 선거를 2017년부터 직선제로 치르도록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반중 인사를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홍콩인들은 홍콩 반환시 2047년까지 높은 수위의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한 일국양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6월 말 발간된 ‘홍콩 백서’에서 “홍콩의 주권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명시해 민주화 운동에 강경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홍콩 민주화 세력의 국제 협력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 SNS 등 인터넷 단속도 강화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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