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소형주택 다소 거래 늘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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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1년부터 91년까지 10년동안 모두 5백만 호의 주택을 새로 짓겠다는 정부의 의욕적인 계획이 곧 축소 조정될 것 같다.
정부는 작년 10월 올해부터 앞으로 10년간 공공부문에서 2백만호, 민간부문에서 3백만호등 모두 5백만호의 주택울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79년말 현재 76·5%에 머물고 있는 주택 보급율이 91년에는 90%로 껑충 뛴다.
79년 말 현재 우리 나라의 총 가구 수는 7백8만가구인데 비해 주택 수는 5백15만호로 91년까지 지금 있는 집의 총 수와 맛먹는 5백만호의 주택을 새로 건설, 10가구 중 9가구가 집을 갖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재원조달이 어렵고 전반적인 경기조차 나빠 이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가 너무 힘에 겹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당초 계획을 4년간 연장해 81년부터 95년까지 15년동안 5백만호의 주택을 짓기로 수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15년 동안 5백만호의 새 집을 짓겠다는 계획도 결코 만만치 않다. 15년 동안 5백만호라면 해마다 33만호 남짓한 집을 새로 지어야한다.
그러나 75년부터 80년(80년은 추정)까지 6년 동안 새로 지은 집은 모두 1백35만 호로 연간 22만5천호를 지은 셈이다.
부동산 투기 등 과일경기로 「8·8」조치를 가져왔던 개년에도 최고 30만호의 집을 지었을 뿐이다<공공 11만5천호, 민간 18만5천호).
건설부는 또 작년에 모두 30만 호의 새 집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지은 집은 79년 수준인 25만 호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재원 마련이 어렵더라도 주택거래가 활발하다면 민간 건설업자들이 집을 많이 짓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건설부는 올해 당초 30만호 짓겠다던 계획을 줄여 25만호를 건설키로 방침을 굳혔다.
당초에는 공공부문에서 15만호, 민간부문에서 15만호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이를 공공 8만호, 민간 7만호로 정한 것이다.
당초 계획에 비해 공공부문이 크게 줄고 민간부문이 오히려 는 것은 정부의 재원조달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올해부터 공공부문의 개념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농어촌의 주택개량이나 주택은행의 융자를 받아 지은 집은 모두 공공부문으로 짓게 했었다.
이를 올해부터는 주택공사나 지방자치 단체 등 순수한 공공기관에서 짓는 것만을 공공부문으로 셈하기로 한 것이다. 짓는 것 못지 않게 심각한 일은 지은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말 현재 주택공사와 55개 지정 건설업체가 지은「아파트」중 팔리지 않거나 아직도 분양이 안된 것만도 l만l천 호에 이른다.
줄잡아 l조5천억원 이상이 잠겨 있는 셈이다. 이 중에는 주택공사가 지은 4천 가구도 있다.
그러면 주택은 왜 팔리지 않는가? 수요자의 측면에서 보면 집 값이 너무 비싸고 필요한 사람은 살 능력이 없고, 일부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재산증시이나 가치 보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율이 연간 40%선, 회사체와 정기예금이 20%선인데 비해 값이나 땅 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닭과 달걀같은 얘기지만 팔리지 않으니 환금성도 낮다.
공급자, 즉 건설업자 측면에서 보면 주택분양 가격 상승율보다 건설원가 상승율이 높고 또 지어도 팔리지 않으니 집을 서둘러 짓지 않는다.
이밖에도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심리위축도 무시할 수 없다.「주택 5백만호 건설 공급 계획」에 더한 지나친 기대로 실수요자들이 내짐 마련 시기를 늦추는 경향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집을 싸게 지어준다하니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실리들이 많다.
올들어 부동산 경기가 반짝하는 듯한 낌새를 보인 것은 전반적인 주택경기 회복이라는 것보다는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는 가수요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55개 지정 건설업체들은 모두 1만7천여 가구의「아파트」를 지었다. 이는 당초계획 7만2천여호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들 지점업자들은 올해 모두 5만5천8백 가구의「아파트」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중 서울이 3만 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 생활권인 인천과 안양도 각각 6천8백 가구, 2천7백 가구가 된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8천6백 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가 2천6백 가구, 대전이 2천3백 가구 순이다.
그밖의 지역은 모두 5백 가구 이하. 이를 규모별로 보면 5만5천8백 가구 중 5만9백가구가 25평 이하이며 25평 이상은 9%수준인 4천9백 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79, 80년보다는 다소 회복될 것이지만 큰 기대를 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25평 이하의 단독주택과「아파트」등은 봄가을 이사철에 거래가 다소 활발해 질 것이나 공급물량이 부족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도 집을 좀 늘려 가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30∼40평 정도의「아파트」나 단독주택도 다소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 집을 갖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이는 복지사회로 향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며 사회안정의 기반이기도 하다.
정책의 목표는 집 값 상승을 최소한으로 억제하여 실수요자가 집을 쉽게 살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소득으로 보아 집을 갖기 어려운 계층을 위해서는 안락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마련해 줘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정책 우선 의지에 따라 주택청이나 임대주택 공사 등의 설립도 검토해볼 단계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우대, 탄력세율 적용 연장 등 조세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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