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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근로자 대입 예시 수석|김중규군의 「인간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철마(철마)도 지쳐 곤히 잠든 이른 새벽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려고 살을 꼬집으며 향학열(향학열)에 불탄 독학 7년. 산업체 근무자 대입 예비고사 최고득점의 영광은 피나는 노력과 죽음보다 무서운 고독을 이겨낸 의지의 결실이었다. 철도청 기계 보선사무소 운용과 기술원 김중규씨(25·서울 하월곡동77의233). 총점2백85점으로 산업체 근무자 합격자(9천6백41명) 중 최고득점자가 되던 날 김씨는 끝없이 이어진 철로 위를 걸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의지가 철로처럼 꿋꿋이 뻗어 나가기를 다짐했다. 『칭찬을 받기엔 아직 이릅니다. 이제 겨우 인생설계의 첫 계단을 통과한 것뿐인데요』김씨는 젊음과 의욕이 있는 한 지치는 일없이 득표를 합해 달리겠다고 했다.
그의 본격적인 응시 준비는 지난해 5윌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지 3년, 군대생활 3년 모두 6년을 책과 떨어져 있다가 공부하려니까 처음엔 머리가 잘 돌지를 않더군요』김씨는 자신의 점수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김씨의 점수는 일반계열 최고득점자 3백30검보다는 45점이 낮지만 남다른 여건에서 얻은 각고의 결점이기에 보람은 더욱 크다.
예시 준비의 하루는 새벽5시30분 눈을 뜨면 TV교육방송을 시청하는데서 시작된다.
교육방송이 끝나면 다른 동료보다 1시간 먼저 출근. 책을 보고 1시간인 점심 시간을 쪼개 30분간 또 책을 본다.
하오3시쯤 일과가 끝나면 2시간을 더 공부하고 퇴근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또 책과 씨름, 하오9시부터 자정까지는 TV와「라디오」의 교육방송을 듣는다. 같은 시간대의 다른 방송국 과목은 동생이 녹음을 하여 도와주었다. 하루 공부시간은 9시간.
교육방송이 끝나면 30분간 복습하고 그날의 목표에 못 미쳤던 과목의 보충을 하면 대개 새벽 1∼2시. 그날 목표를 채우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운 날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학원은 문턱도 가본 일이 없는 김씨. 74, 75, 76년에도 독학으로 대입예시에 2백50점 이상으로 합격했으나 가정형편으로 진학을 포기했었다.
『이번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군대 3년동안 바뀐 입시 경향도 몰랐습니다.』
김씨는 입시의 전반적인 경향은 TV와「라디오」의 교육방송에 완전히 의존하고 달라진 교과 내용을「커버」하기 위해 고교2년에 재학중인 동생의 전과목 교과서를 두번 정독했다.
『선택 과목으로 생물을 택했는데 처음엔 포기하려 했었습니다. 공고라 학교 때도 전혀 배우질 못했죠. 시험2개월 전 전과목이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돼 20일간 참고서를 팠죠. 그 뒤 고교 교과서를 두 번 정독했습니다』 70%가 철도고교 선·후배인 직장에서는 김씨가 책을 보는 동안 방해가 안 되도록 잡담이나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기술계장 조경호씨(43)는 그가 방송교육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었다.
김씨의 2백85점은 서울지역 응시자 등위로는 5천5백41 등. 이는 서울대 정원 6천5백30등보다 훨씬 안에 드는 점수로 일반 계열과 경쟁해도 합격이 가능한 값진 점수다.
김씨는 병으로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 송수남씨(30)와 신병으로 2개월전부터 집에서 쉬는 형 승규씨(30)·고등학생인 동생 성일군(19) 등 4식구의 가장. 그의 한달 봉급은 12만원.
참고서 한권을 살 때는 살점을 떼는 것 같았다.
『철도 고교를 택한 것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죠. 전남 장흥에서 중학교는 1등으로 나왔습니다. 대학 진학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세번이나 예시를 쳐보았죠.』김씨는 젊은이들의 대명사같은「데이트」니「미팅」이니하는 것이 뭣하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번엔 반드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그는 성균관대 야간대학을 지원했다. 다음 목표는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것 예시준비 때와 똑같은 고시준비가 예시를 치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머리가 나빠질까봐 담배를 안 피우고 잡념이 생길까봐 술을 안 마신다는 김씨.
그의 책갈피 속에는『의지를 잃지 말자. 극기(극기)』의 경구(경구)가 단정히 적혀있다.<전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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