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차 50도"…「사우디 병」환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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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동지역에 취업했다 귀국한 근로자들 사이에「사우디 병」이란 새로운 이름의 병을 앓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이란」등 평상 섭씨40∼5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열사(열사)의 나라에서 일하다 영하10도 이하의 혹한이 계속되는 우리 나라에 돌아온 근로자들은 50∼60도에 이르는 갑작스런 기온 차를 이기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근로자들은 스스로 이를「사우디 병」이라 부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증세는 식욕부진과 무력감 불안·초조, 그리고 체력저하. 중증인 경우는 기억력 감퇴·「히스테리」등 정신질환까지 일으킨다.
이 증세는 근로자들의 체질이나 현지 근무기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1년 정도 근무한 사람은 대개 1∼2개월씩 앓고 있다.
79년10월 D건설 소속 운전 요원으로「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가 1년만에 귀국한 안돈희씨(30·서울 길음동) 의 경우 이같은「사우디 병」에 시달려 재취업을 하지 못한채 지금까지 집에서 휴양하고 있다.

<치료>
국내 대규모 건설회사들의 해외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건강진단을 맡고 있는 서울 순천향병원 건강관리부 남택승박사(50)는 『근로자들이 말하는「사우디 병」환자들이 한달에 4∼5명씩 있다』 며 『대부분1∼2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증세가 사라져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나 심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 박사는『극한적인 자연상황에서 돌아온 근로자들이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며 가정 일이나 다른 복잡한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그같은 증세를 더 심하게 나타낸다』면서『계절별로는 봄·여름보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에 그같은 환자들이 많다』 고 말했다.
남 박사는『지금까지 이같은 병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으나 환자들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특별히 건강한 체질이 아니고서는 70∼80%가 초기증세를 느끼다가 자연치유 되고 그 중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20∼30%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 중동지역에 근로자가 취업하기 시작한 것은 63년부터로 74년까지 9만3천8백73명이 나갔고 75년 2만9백96명, 76년 3만7천1백92명, 77년 6만9천명, 78년12만2천명, 79년12만명, 80년에는 9월말까지 10만4천여명이 취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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