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채점『컴퓨터』이상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입 예시의「컴퓨터」채점은 정확했다.『못 믿겠다』『믿어달라』며 예시성적 채점 결과를 둘러싼 일부 학부모와 문교부간의 끈질긴 시비는 이의를 제기한 일부 수험생의 답안지를 확인한 결과 채점에 조금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일단락 됐다.
문교부는 예시 합격자가 발표된 지난8일부터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14일 하오 학부모 대표 5명과 수험생1명을 데리고 채점을 맡았던 한국 과학 기술 연구원(KAIST)으로 갔다. 예시출제 위원장 겸 채점 위원장인 최지훈 교수(서울대)와 김득수 문교부 학무과장도 함께 갔다.
채점결과 확인 작업은 이날 하오4시30분 OCR「룸」(광학문자 판독실)에서 시작됐다.
우선 학부모 2명을 답안지가 보관돼 있는 지하창고로 안내, 채점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 중 5명의 답안지를 골라냈다.
뽑아낸 답안지는 다시 OCR「룸」으로 갖고 올라와 H양의 답안지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경찰관도 입회했다. H양은 2백58점을 예상했는데 1백86점 밖에 안돼 72점이나 차가 난다고 주장한 학생이었다.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 순서대로 4장의 답안지률 정답과 대조한 결과 3백20점 만점에 1백70점으로 나타났다. 이때 이를 지켜본 H양은『이봐요. 틀렸쟎아요. 말도 안 되요』라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의혹은 금방 풀렸다. 20점 만점인 체력장 점수를 몇 점 받았느냐는 확인관의 말에 H양온 힘없이『16점』이라고 대답했다. 예시학과와 체력장 점수를 합한 H양의 총점은 1백86점이 틀림없었다. H양의 어머니 박모씨는『그렇게 나쁜 점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 당국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자신의 점수가 3백2점 정도라고 주장한 L군의 답안지를 검토했다. 결과는 당초 발표됐던 대로 정확히 2백9점이었다.
이를 확인한 L군의 형(24·한국 중공업 사원) 은『직접 보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면서도 멋 적은 표정이었다. 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수험생들이 부모들에게 면목이 없자 스스로 시험을 잘 보았는데도 채점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는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학부모들이『이 학생만은 틀림없다』고 내세운 김정신군(19·가명)의 답안 「카드」4장을 검토한 결과「카드」마다 이름과 수험번호가 각기 다르게 기록돼 있었다.
이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한탄과 실소를 자아냈다.
김군은 예시에 없자 의도적으로 자신이 이름과 수험번호를 각기 다르게 기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OCR「팀」의 최영화「팀」장(34)은『김군의 경우처럼 이름과 수험번호를 잘못 기입한 때도「컴퓨터」가 일일이「체크」, 모두 정확한 점수를 내준다』며『「컴퓨터」를 못 믿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최씨는 현재 예시 체점에 사용되는「컴퓨터」방식은 OCR식으로 「사람의 손」이 결코 개입되지 않는 가장 정확한 입력(입력) 방법이라며 정확도 1백%를 강조했다.
즉 「프로그래머」가「타이핑」으로 원시자료(SOURCE DATA)를 작성함으로써 오차가 나올 가능성이 조금은 있는 다른 방식과는 달리 수험생이 작성한 답안「카드」를 곧바로 「컴퓨터」에 넣어 오차가 조금도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거기다 채점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문교부가 수집해온 모든 수험생의 답안 「카드」 (올해의 경우 2백28만1천6백60장·수험생 1인당 4장)가운데 단1장의 누락도 없어야 모범답안「카드」를「컴퓨터」에 입력, 채점을 시작한다. 만일 이때 1장이라도 빠졌을 때엔 며칠이 걸려도 누락된「카드」를 찾아낸다.
또 채점과정에서도 1만∼2만장마다 답안지 1장씩을「샘플」로 뽑아 20∼30명의 전문가들이 몇 차례씩 확인해 모두 일치해야 다음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김수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