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13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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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스라엘」사람들은 『전쟁에 이기고 평화에 졌다』고 말한다. 연율 1백38%나 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오이다. 국가 총예산(1백40억달러)의 30%이상을 국방비에 퍼부어야하는 나라로서, 정말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형편이다.
원유부담도 예외가 아니다. 「아랍」세계로부터 차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은「스포트·마키트」 (현물시장)에서 기름을 사다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나마 한때 기름을 뽑아쓰던 「시나이」 반도의 유전마저 「이집트」에 되돌려주고 말았다.
아뭏든 「인플레」가 세자리 숫자로 나타날 정도면 정정이 순탄할리 없다. 이런 「인플레」 아래서 가령 국방비를 전연도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적어도 1백38%는 증액해야한다. 지난해 가을엔 바로 이런 문제로 국방상과 재무상이 각의에서 삿대질을 하고싸운 일도 있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마찬가지다. 봉급생활자들은 2배이상의 등급을 받아도 제자리 걸음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악순환의 악순환.
결국「인플레」는 연정을 맺고있는 지금의 「베긴」 정유까지 흔들고 있다. 이번엔 교원봉급50%인상을 싸고, 이를 찬성한 「베긴」 수상과 반대한 재무상 사이에 반목이 벌어진 것이다.
정권의 차원을 넘어 국민들의 표정도 침울하기 짝이 없다. 5년전에 비해 생계지수가 무려 9배나 오른것만 봐도 그런 심정을 짐작할만 하다.
요즘은 그것이 역 「엑소더스」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착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지난 몇년사이에 무려 50만명이 타국으로 빠져 나갔다. 인구 불과 3백80만명의 나라에서 그 숫자는 13%, 7분의1인 셈이다.
이젠 출국자를 「예리다」라고 부를 정도다. 「침몰」, 곧 나라가 침몰한다는 뜻이다. 「인플레」는 이처럼 국민의 애국심, 도덕감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민족애, 하나로 뭉쳐진 세계최강의 소국 「이스라엘」도 「인플레」만은 이겨내지 못하고있다. 세계역사상 최고의「인플레」는 l946년의「헝가리」에서 볼수있었다. 금대한냥(펭고)이 지폐로 1백30조 「펭고」.
근자엔「칠레」에서도 살인적인「인플레」가 었었다. 1950년부터 1973년 사이에 무려 42만3천1백%의「인플레」를 기록했었다. 연평균 1만8천3백95%-.
1923년11월6일현재「도이치」 제국은행이발행한 「라이히스·마르크」는 21개 단위의 숫자로 나열되었다. 불교에선 이런 숫자를「무량대수」라고 한다. 20개 숫자가「불가사의」라는 단위로 표시되는데, 그것 보다도 한단위 더높다.
결국 이런 나라의 정권들은 경제파탄과 함께 모두 침몰하고 말았다. 역사상 혹독한「인플레」를 이겨낸 정치도, 사람도 없었다.
숫자의 명인, 유대인의 나라「이스라엘」은 그런「인플레」를 어떻게 견디어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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