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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이상이 취업을 희망"일 자리는 바늘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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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대생>
S여대 영문과 4년 정미경양은 졸업을 2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요즘, 강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는 바깥날씨 만큼이나 차갑고 무거운 마음이 돼있다.
그러니까 꼭 4년전, 대학이라는「성스러운 진리의 상아탑」에서 새롭고 보람찬 생활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가슴 부풀던 입학시절과 비교하면 너무도 달라진 요즘이다. 그래서 지금은『내가 도대체 무엇 대문에 그 비싼 등록금 내면서 4년씩이나 대학이란 곳을 다녔을까?』하는 후회스런 생각까지 든다는 것이 정양의 얘기다.

<여자는 아예 사절>
정양은 지난해 10월부터 졸업후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고 이곳저곳 자기 적성에 맞을 듯한 직장들을 찾아봤으나 번번이「문전퇴짜」였다. 각 기업이 가뜩이나 블황 때문에 신임사원 채용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모집공고에서부터 여전히『××년1월1일 이후 출생한 병역필의 남자』로 못을 박고 있어 아무리 능력과 의욕이 남자만 못하지 않아도 애당초부터 자격미달이었다.
이유는 단하나 무슨 대중 가요의 한 귀절에 나옴직한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것이다.
요즘 여대생들의 생각은 예전과 달라졌다. 대학에 입학해서 4년 동안 이럭저럭 지내다가 졸업 간판이나 마고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옛날 얘기. 졸업 후에도 자신의 전공에 따라「보람있는 평생직」을 갖겠다는 것이 요즘 대부분 여대생들의 생각이다.
지난 79년8월 이화여대 생활지도 연구소가 조사한 「여대생의 취업관 조사」에 따르면 졸업반 학생들의 77·2%가. 취직을, 그리고 10·5%가 대학원 진학을 원함에 비해, 졸업 즉시 결혼할 계획인 학생은 겨우 4%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전인 69년 동 연구소가 조사한 내용과 비교할 때 취직희망은 11%가 증가했고 결혼 희망은 5%가 줄어든 숫자다.
직장생활 기간도『결혼과 상관없이 계속하겠다』가 64%, 『결혼 전 까지만』이 17%로 여대생들의 직업관이 종래의『시한부 취업』에서『평생의 과업』으로 크게 변하고 있다.

<교육 투자 큰 낭비>
한데 현실은 어떤가? 79년말 현재 우리 나라 4년제 대학 여학생 수는 모두 7만7천4백58명으로 전체 대학생의 약23%. 어림잡아 매년 1만9천여명의 여학사가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문교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여학사의 평균 취업률은 30%내외. 가장 많은 것이 교사직이고 그밖에 비서직·사무직 그리고 특수직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좋은 시절」얘기. 아직은 2, 3개월쯤 더 시간을 두고볼 일이지만, 금년도 졸업예정 학생의 경우 지금까지 취직이 결정한 여학생은 대학마다 눈을 씻고 봐야 겨우 한둘 보일 정도다.
이같은 여대생의 저조한 취업률에 대해 이화여대 신방과 김동철 교수는『90%이상의 여대생들이 졸업 후 취직을 희망하고 있으나 현실은 이들의 바람을 전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이들에게 사회진출의 기회조차 변변히 주지않음으로써 국민학교에서 대학까지 16년간의 값진 교육 투자를 사장함은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라고 아쉬워한다.
이처럼 사회진출이 벽에 부닥치자 탈출구로 선택한 길이 바로 대학원 진학과 해외유학. 이대의 경우 대학원 지망자가 작년의 5백55명에서 8백34명으로 대폭 늘었고, 국내에서 이루지 못한 바람을 해외유학으로 풀어보려는 조건 좋고 배짱있는 여학생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관의 변화와 함께 학내생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요즘의 여자대학. 일반에서 흔히 비양거림의 대상으로 삼던『여자 대학 앞에 양장점 수십개에 책방 하나』식의 얘기를 요즘 여학생들은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로 받아들인다.

<진학으로 돌파구>
이대 3년 김 모양은 『이른바 서구식 대학촌의 개념으로 우리 나라 대학가의 분위기를 보인 사치스럽다, 어떻다 하는 것은 이미 옛날얘기』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대부분의 여대생들은 요즘 사치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일반의 잘못된 이해를 몰아붙인다.
김 양의 얘긴 즉 그래도 지난해 7월 과외금지조치 이전에는 가정교사「아르바이트」로 월10여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어 자신의 용돈·책값 그리고 가벼운 옷가지 등을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나 모든 것을 오로지 부모님 주머니에만 의존하게된 지금의 입장에서『사치란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그동안 호황을 누리던 대학 주변의 이른바「사치성 업소」들이 최근 들어 전에 없는 불경기로 허덕이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 S여대 앞에서 5년째 경양식 집 K「살롱」 울 열고있는 이영복씨(41) 는 『요즘 학생들이 말할 수 없이 짜졌다』면서 「주스」한 잔에 2, 3시간씩 앉아서 음악을 듣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울상이다.
한편 개중에는 부정적인 얘기도 간혹 들려온다. 최근들어 증가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대생 흡연과 음주문제가 바로 그것. 지난해 10「가톨릭」의대 최의순·박재순 교수「팀」이 서울시내 여대생 1천6백명을 대상으로 한『여대생 흡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23% 정도가『습관적』으로 흡연을 하고, 40%이상이『흡연 경험이 있다』는 것.

<흡연엔 찬·반 의견>
음주도 상당히 보편화돼 있어 최근 K대 대학원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시내 여대생의 87%가 『가끔』술을 마시는 것으로 돼 있다.
여대생 흡연에 대해서는 여대생 자신들끼리도 찬반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E대 사회학과 4년 김 모양은『흡연에 대해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서『여자가 흡연이라니…하는 일반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이유 있는」 반론을 편다.
이에 대해 S여대 국문과 3년 강모양은 『남자가 피우는데 여자라고…하는 것 자체가 여자 스스로의 대 남성「콤플렉스」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여대생 흡연이 갖는 또 다른 폐해를 지적했다.
「가톨릭」의대 박재순 교수는『흡연 임산부의 41%가 유산』 이라는 외국의 한 보고서를 인용, 『신체적으로 가임기에 들어있는 여대생들이 습관적으로 흡연하는 것은 큰 사회문제』라고 이른바「의식있는 흡연」이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결과를 우려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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