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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수 억원 해도 수퍼카 판매는 쑥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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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공식 수입사인 FMK가 지난 달 공개한 캘리포니아 T. 제로백 3.6초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가격은 3억원에 육박한다. [사진 FMK]

페라리 공식 수입사인 FMK는 지난달 2일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에서 신차인 ‘캘리포니아 T(California T)’를 선보였다. 3.8L 트윈 터보 8기통 엔진(56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3.6초로 이 차의 국내 판매 가격은 2억78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각종 옵션이 붙으면 판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격이지만, 이 차는 이미 사전 예약을 통해 한국에 배정된 물량이 상당수 팔린 상태다. 주세페 카타네오 페라리 극동아시아지역 총괄 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과거와 달리 한국은 경제력 수준에서 이미 페라리를 구입할 준비가 충분한 상태다”라며 “한국에서 고객 기반을 늘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카’로 불리는 고성능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름답게 다른 차종들보다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수퍼카는 일반 스포츠카의 범주를 뛰어넘는 초(超) 고성능이면서 디자인과 품질이 최상인 자동차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경주용 차량의 성능(최고 시속 300㎞/h 이상)을 갖추고 있으면서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가 수퍼카다. 구체적으로 ‘5P(Power·Performance·Proportion·Passion·Price)’라고 불리는 다섯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수퍼카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2만대를 조금 웃도는 선으로 업계는 본다. 수퍼카 생산업체마다 희소성 유지를 위해 생산 대수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수퍼카 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페라리의 경우 한 해 7000대만 차를 만든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올해 국내에서만 100대에 육박하는 페라리 차량이 팔릴 것으로 본다. 페라리 내에선 엔트리급 차량인 캘리포니아 T만 2억원 대 후반 가격이고 다른 차량의 값은 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프래그십 차인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speciale)의 판매 가격은 4억3000만원 가량이다. 물론 옵션은 제외한 가격이 이렇다.

또 다른 이탈리아의 수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의 국내 판매량도 연간 30대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달 출시된 우라칸(판매가 3억7100만원)도 예상보다 많은 사전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람보르기니서울 측은 “우라칸 단일 모델의 사전계약 만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밝힐 정도다.

한국의 수퍼카 시장이 커지면서 다른 수퍼카 브랜드들도 대거 한국시장 입성을 준비 중이다. 영국 수퍼카 브랜드인 맥라렌도 이르면 올 하반기 중 국내 시장에 신차를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람보르기니 브랜드 차로만 승부를 내는 자동차 경주인 ‘람보르기니 블랑팡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를 열었다. 한국의 잠재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페라리 측도 분당과 부산에 새로 서비스센터를 내기로 했다.

수퍼카 보유자가 늘면서 보유자 간의 커뮤니티 활동도 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페라리 오너스 클럽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회원 자격은 페라리 차량을 보유한 이들로 제한된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퍼카를 타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국내에서 가장 많은 대수의 수퍼카를 판매하고 있는 FMK 측에 따르면 차량 보유자 대부분 사업가인 경우가 많다. 웬만히 돈을 벌어선 이들 차를 구입하고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캘리포니아 T가 출시된 덕에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문의가 늘고 있다. 연령별로는 40대~50대가 전체 수퍼카 구입자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20~30대는 전체 구매자의 10% 내외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60대 이상 구입자 비율이 2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지역적으론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FMK 측은 “수퍼카인 페라리를 구입하는 분들은 대부분 차를 여러 대 갖고 있으면서 유독 자동차와 스피드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며 “최근에는 구입 연령대가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마세라티 기블리(사진 위)와 메르세데스-벤츠의 The New CLA 45 AMG 4MATIC(아래). [사진 각 업체]

럭셔리카도 날개 돋친 듯 팔려
스포츠카를 바탕으로 한 수퍼카 못지 않게 세단 중심인 럭셔리카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1억원 대 이상 가격의 세단 등’을 럭셔리카로 본다.

럭셔리카가 잘 팔리는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소비 수준이 높아진데다, 유독 국내 소비자들이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큰 탓으로 본다.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인 마세라티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28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120대)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엔트리 모델이랄 수 있는 기블리의 가격도 1억810만~1억3390만 원이다. 하지만 마세라티 측은 올 하반기에만 400대 이상을 국내에서 더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목표대로라면 한해 사이에 판매 규모가 5.7배로 커지는 셈이다.

고급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내한한 움베르토 마리아 치니 마세라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한국 시장은 마세라티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을 이끄는 주요 시장”이라며 “마세라티가 진출한 70여 개 국 중 판매규모로는 10위권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마세라티 외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들도 높은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3대 명차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벤틀리는 올 들어 7월까지 176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7%나 판매가 늘었다. 이는 2006년 벤틀리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롤스로이스도 올 들어 7월까지 26대나 팔면서 3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포르쉐·벤츠도 다양한 모델 출시
포르쉐는 올해 초 한국에 ‘포르쉐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포르쉐 본사가 직접 한국에 법인을 세운 것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 수입차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는 11만2375대로 전년 동기(8만9440대)보다 25.6%나 늘었다. 포르쉐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1524대가 팔렸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2041대)의 75%에 육박하는 수치다. 포르쉐는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을 비롯해 총 12종의 신차를 앞세워 연말까지 2600대를 판매하겠단 목표를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기존 차량의 엔진 성능을 강화한 ‘AMG’차량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신형 E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 도입과 이를 통한 라인업 강화 등을 바탕으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1만9991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수기 기자·차길호 인턴기자 retalia@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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