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방언 민속 연구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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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석삼불 여시는 길에 은하수로 다리 놋소 바람과 구름 간대 안개순풍에 나리시오….』
녹음「테이프」에 담아온 굿판 노래 가락을 옮겨 적기에 여념이 없고 또 한쪽에선 올 겨울 답사 계획을 세우고 그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긴 겨울방학을 맞았지만 연세대「캠퍼스」의「방언 민속 연구반」은 강의철 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 나라 전역에 걸쳐「사라져 가는 방언과 민속을 조사·연구함으로써 국어학·민속학의 자료를 제공하고 한국민속과 문화의 기저를 밝히기」위해 이 연구반은 75년부터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봄·여름·가을·겨울, 철 따라 1회씩 한해 4번의 지방 답사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방언·마을제·민요·설화·세시풍속 분야 등으로 나누어 이들 자료에 대한 연구활동도 펴고 있다.
『올 겨울에는 동학의 중심지였던 전북 순창군 일대를 답사지로 정했습니다. 민중의 숨결과 가락을 담아오겠습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황언구 군(21·연세대 요업과2년)은 의욕이 대단하다.
9박10일의 일정으로 19일 출발 예정인 순창군 답사를 앞두고 사전 예비 지식을 쌓기 위해 요즘은 전 회원이 하루 4시간씩 동학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이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는 민요·전설 등을 담은 「릴·테이프」5백여개와「카세트·테이프」1백50개 그리고 각 지방별로 방언을 모은 어휘록 만도 60부나 된다.
여름에는 시골 어른들과 함께 김을 매고 밭을 일구며 겨울에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화롯가에 둘러앉아 한해한해 모아온 피와 땀 같은 자료들이다.
답사 여행에 따른「에피소드」도 자료더미 만큼이나 많다.
배낭을 메고 지도를 보며 길을 묻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바람에 경찰서에서 하룻밤 숙식비를 절약하기도 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전남 신안군 일대 도서지방을 다녀온 뒤 7일만에 「콜레라」가 발생, 「콜레라」까지 함께 채집해 온 것이 아닌가하고 전 회원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귀신에 홀려본 듯한 경험도 여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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