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열에 놀라움 느껴-「스리랑카」유학생 「다야라트네」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년전 한국의 대승 불교를 배우기 위해 나는 한국에 왔다. 처음에 느낀 것은 한국이 여러면에서「스리랑카」와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갖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다같이 농경 문화권에 속하며 불교적인 영합이 강한 국가다. 그러나 2년여를 한국에서 살면서 다시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불교적인 요소와 유교적 가치관이 이상할이 만큼 조화를 이루며 생활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독특성은 특히 한국 여성의 사의와 가정에서의 지위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유교에서는 여성의 역할이란 그리 중요치 않다. 반면 불교에서는 남녀는, 중생은 철저히 평등하다. 모든 사람이 다 부처가 될 수 있다.
한국 역사상 신라시대에는 진덕·선덕 등 몇명의 여왕이 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조시대 여성들은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근대화되었고 여성의 역할과 임무도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여성을 젊은 층·주부 층·할머니 세대로 나누어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이 대학 교육을 받고 있지만 졸업 후에는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몇 안 되는 여성들만이 독립을 해서 직장을 갖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스리랑카」와 비슷하다.
한국 가정 부인들은 대개 직업을 갖지 않고 남편의 내조와 자녀 뒷바라지 등 가사에 충실하는 것 같다. 가끔 한국인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때면 그들 부인의 맹렬한 자녀 교육열에 나는 놀란다.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유교 사상은 좋은 선비, 좋은 가문, 높은 지위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전담하다시피한 한국 주부들이 교육에 대해 강한 집념을 가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쟁이 심한 입시제도와도 관계가 있으리라.
「스리랑카」의 경우 6·4·4·3(또는 4)년제의 초·중·고·대학은 모두 무료고 일정한 시험에만「패스」하면 되므로 자녀교육에 대한 주부들의 부담은 크지 않다.
가정의 화목을 돕고 손자손녀를 돌봐주는 역할을 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의 할머니는「스리랑카」의 경우와 노무도 흡사하다. 등이 굽고 머리가 흰 주름진 얼굴의 한국 할머니를 대할 때마다 나는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를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오늘날 서구문화와 전통 문화를 동시에 수용하고 있는 과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특히 여성들은 많은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긴 역사,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서구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옳지 않은 것 같다.「포르투갈」·화란·영국의 오랜 통치를 받았던 우리 나라의 경우를 되돌아 볼 때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면에서 여성의 역할은 지대하다.
외래 문명과의 적응은 마땅히 한국사회의 필요에 따라 한국사회가 주체가 되어 선별해서 받아들일 때 무리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 그것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약력 ▲47년「스리랑카」「마타라」시 출생 ▲70년「시론·비디오다이야」대학 졸 (서양철학 전공) ▲73∼78년「콜롬보」대학에서 철학·논리학 강의 ▲78∼8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석사. 서울대 어학 연구소 수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