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전공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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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입시제도 개혁이후 저음 실시된 81학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 합격상황이 발표되었다. 과외를 일거에 없앤 충격에다 이해력과 적응력에 중점을둔 출제경향등으로 전반적인 성적이 떨어졌으며, 상위득점자가 대폭 줄어든 반면 대학의 문호는 넓어져 올해 각대학의 합격가능성적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속에서 대다수 수험생들은 어느대학, 어느학과를 선택할까를 놓고 한참 고심하고 있다.
본고사의 폐지, 졸업정원제의 도입등 제도가 바뀌고 대부분의 대학이 전기로 집중된 현상등으로 정확한 판단 없이 수준이상의 곳에 지원하면 시험한번 치러보지 못하고 앉아서 낙방의 고배를 들게되고 어쩌면 졸업을못할지도모를「리스크」마저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더하다.
이번예시결과는 성적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안배되어 있는것등이 특징으로 꼽히지만, 두회계열에 대한 선호는 여전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법학이나 경제학과등 이른바 인기학과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경향은 관존민비적인 오랜 인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지난날 유학교육의 목표는 대충 자신의 인격도치를 목표로 하는「위기지학」과 지식의 획득으로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위인지학」으로 대별되는데 그 주류는 「위기지학」에 있었다. 그러나 관노가 좁아지고 학문이 정치적 출세에 이용되기 시각하자 입신출세주의의 교육, 덕육 보다는지육교육으로 편중되고 관인양성의 교육만을 강조하게 되었다.
일제에 의한 반세기 가량의 직·간접통치, 해방후의 자유민주사상의 풍미과정등을 겪으면서 내아들만은 기필코 일유관학에 넣고야말겠다는 그릇된 교육관은 한결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잡고있는 이른바 「일유병」이니 「치맛바람」이니하는 의식이나 풍조는 이러한 왜곡된 교육관의 소산인 것이다.
어차피 새로운 인시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갖가지 진통이 생기고 예상 밖의 문제점이 부각되게 마련이지만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간의 등록금격차해소, 20%이상의 학생에 대한장학금지급등 장치에도 불구하고 일부인기학과에 우수한 학생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인시제도개혁의 당초 의도는 크게 빗나가고 만다.
더우기 앞으로 대학신인생 전형이 끝나면 어느대학·어느계열학생은 몇점짜리라는 식으로 등급이 매겨지게된다. 이처럼 응시수준에 의해 서열이 나타나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 때문에 전공선택을 그르치는 학생이 있지않을까 하는 우려는 결코 기우라고 할수만은 없을것 같다.
물론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이 한사람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 전공선택이 갖는 의미나 비중이 과소평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일수록 더욱 그렇다.
가령 예술에 천부적 소질을 가진 수험생이 예시정적이 3백점이 넘어 원하는 어느 학과라도 지망할수 있게 되었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회계열을 택했다고 치자.
그가 이 분야에서도 성공을 했다면 별문제지만, 뒤늦게 적성이 아님을 알게되어 낙오라도한다면 개인적인 불행임은 말할 것 없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니겠는가.
학문의 분야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앞으로 어느 학문이 각광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시대는 급격히 변천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입신출세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 본령은 학문연찬을 통해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여는데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줄 믿는다.
따라서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은「일류병」의 망집을 떨쳐버리고 먼 장래를 내다본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공선택을 해야할 것이며, 문교당국도 수험생들이 내부적 곤혹이나 갈등 없이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세심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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