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의 길의「할리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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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세계 영화제는 사양 산업인 영화가 앞으로 10년간 걸어갈 길을 암시하는 사건들을 많이 겪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할리우드」배우들의 11주에 걸친 파업으로, 이는「할리우드」사상 가장 길고 큰 규모의「스트라이크」로서 기록될 뿐 아니라 영화계의 80년대적 성격을 규정짓는「빅·이벤트」로 꼽힐만 하다
영화인들은 이제 영화가 그 혼자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판단,「레코드」회사나 「비디오·카세트」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할리우드」영화계가 배우들의 파업으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낸데 반해「프랑스」영화계와 독일 영화계는 수십년 내의 전성기를 다시 맞아 풍성한 한 해를 보냈던 것도 80년의「사건」으로 남는다.
「누벨바그」의 기수였던「장·웍·고다르」가 그의 왕년의 작품들과 같은 계열의 새 작품『인생』을 내놓았는가 하면, 거장「알랭·르네」는『나의 미국 아저씨』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 영화계에서는「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플커·슐렌도르프」의『양철북』,「파스빈더」의 「마리아·브라운」의 결혼』등이 30년만에 다시 찾아온 독일의 영화「붐」에 기둥 역할을 했다.
「프랑스」와 독일 외에「이탈리아」는 비록 대작을 내지는 못했으나「코미디」영화로 흥행면에서는 짭짤한 한 해를 보냈다.
영화의 주제면에서는「코폴라」감독의『현대 묵시록』이나 79년도「아카데미」작품상 수상작인『사슴 사냥꾼』과 같은「베트남」전의 한물 가고 아직 새 주제가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명장들인「미켈란젤로·안토니오니」「카바니·리지」. 그리고「베루롤루치」가 지난해 새 작품에 손을 댔다는 것도 80년대의 새로운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영화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들은 모두 금년 중 완성, 선을 보인다.
「드릴러」물의 거장「앨프리드·히치코크」와 죽을 때까지 영화계의 선구적인「섹스·심벌」로 군림했던「메리·웨스트」, 그리고「액션·스타」「스티브·매퀸」등 큰 별들을 잃은 것도 지난해의 큰 사건.
그러나 죽지는 않았으되 죽은 듯 잠잠했던「폐데리코·펠리니」감독이『시타·델·돈스』로 침묵을 깨고「스탠리·큐브릭」감독이『샤이닝』으로 다시 빚을 발하기 시작한 것도 80년의 일이다.
한마디로 세계 영화계는「할리우드」가 영화산업의 사양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유럽」이 예술영화의 옛 전통을 다시 찾으며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 80년대의 전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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