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은 부산와서 …탕탕탕 도심 총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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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부산 도심에서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20대가 러시아인 2명에게 권총을 난사,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발생=17일 오후 8시6분쯤 부산시 영도구 영선2동 반도보라아파트 101동 101호 현관 앞에서 20대 후반의 청년이 러시아인 나우모브 와실리(40)와 그보즈다 니콜라이 안드레이비치(39)에게 러시아제 권총을 난사, 와실리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안드레이비치는 중상을 입었다. 안드레이비치는 영도 해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으나 중태다.


경찰 조사 결과 와실리는 머리와 목덜미 등에 모두 5발의 총알을 맞았으며 안드레이비치는 복부와 엉덩이 등에 2발을 맞았다.

범행 장면은 아파트 101동 승강기 입구 위에 설치된 CCTV에 잡혔다.

범인은 현관 입구에서 부상한 안드레이비치에게 권총 2발을 쏜 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던 사망자 와실리를 뒤따라가 5발을 난사했다.

아파트경비원 임재진(61)씨는 "총소가 들려 나가 보니 벙거지를 쓴 젊은이가 도망을 가고 현관 입구에서 2명이 쓰러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수사=경찰은 현장에서 이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는 카르고 포르브 알렉세이(27.선주)의 신병을 확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나 묵비권을 행사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촬영된 범인의 체격과 얼굴 윤곽 등으로 미뤄 러시아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현장에서 소음기가 달린 러시아제 권총 2정과 탄피 10개를 수거, 범인이 발사한 10발 중 7발이 두 사람을 맞힌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타고온 것으로 보이는 렌터카 승용차도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이 소음기가 달린 권총 2정을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마피아가 부산에 위장 선박회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 중이었다"며 러시아 마피아 내부 갈등에서 벌어진 사건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장에서 연행된 알렉세이는 수산물 수출입 업체 레기온의 숙소로 쓰이고 있는 이 아파트 101동 902호에 거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강진권.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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