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우립 회복…소련팽창 견제|레이건-헤이그「팀」이 펼칠 미국외교의 향방|지나친「보수」보다 중도택할듯|「평화주의자」인상 노려 군축은 계속 추진|카터정부의 불협화음 거울삼아 외교주역을 국무성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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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위관리가 사소한 실수를 했다고 그를 사임시키는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칫하면 그가 물러난 자리가 더못한 사람으로 채워지는 수도 많읍니다」
2년전 「나토」사령관에 재직중이던 「알렉산더·헤이그」가 기자들에게 밝힌 그의 철학의 한 단면이다.
당시「헤이그」가 이런말을 할때 그는 자신의 어떤「스캔들」이 있어서 이런 변호를 한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발언은『「카터」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덜 완전하더라도 덜 위험한 정책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일부의 공격에 간접적인 지지를보내는것이며 따라서 현역군인치고는 상당히 정치적인 발언을 한것으로 평가되었다.
새해부터 전개될「레이건」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될것인가를 지금당장 속단하는것은 시기상조이나 적어도 「레이건」-「헤이그」「팀」의 외교정책의 향방과「스타일」은 점차 그 윤곽이드러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레이건」이 「헤이그」장군을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적어도3가지 측면에서의 정당성을갖고있는것으로 평가했다.
첫째 세계관, 둘째 소련의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대소정책, 세째 미국의 군사력증강의 필요성등에 관해 「레이건」과「헤이그」의 평소 견해가 거의 일치되기 때문이다.
『미· 소간의 「솔트」 협정은 미국에 너무 불리하게 돼있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미국이 「힘의 우위」의 입장에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레이건」의 선거공약이나『증강된 소련군사력은 방어개념을 넘어서 이미 공격형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미국의 조속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헤이그」의 주장은 완전히 그흐름을 같이하는 것이다.
「레이건」-「헤이그」가 이끌어갈 미국의 새외교정책의 방향, 특히 가장 큰비중을 차지하고있는 대소관계의 방향이 대충 엿보이는 대목이다.
「레이건」이 「워터게이트」사건시절의 「헤이그」의 역할에 대한 말썽을 무룹쓰고 그를 국무장관에 임명한것은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치유하기 위해선 강력한 미국외교의 사령탑이요구된다는「레이건」의 평소의 소신과 철학이 반영된것이다.
민주당중진들은 1월9일미상원외교위윈회에서 있을 국무장관인준청문회에서 「헤이그」 의 「혐의」에 대한 대대적인 정치적 공세를 벼르고 있으나 정작 「헤이그」자신은 벌써부터 『전투는 이겼다』는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헤이그」가 무슨 근거에서 그런 자신감을 표명하고있는지는 확실치않으나「헤이그」의 임명에대한 기대감은 집권당인 공화당뿐아니라 현재의 미국무생고위관리들로부터도 대단하다는점은 상당히 이채롭다. 특히「에드먼드· 머스키」 국무장관은 『내후임자(「헤이그」)는 그가맡은 분야(미국외교)를 완건하고도 강력하게 통솔할수있는 재목』이라고 격찬하고있다.
사실 「카터」행정부시절에는 외교정책수행 과정에서 고위관리들간에, 특히 국무장관과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간의 불협화음이 심했고 어떤 때는 국무성과 국방성간의 견해차이 때문에 적지 않는 차질을 빚어왔다.「밴스」전국무장관과 「브레진스키」안보담당보좌관의 마찰이나 「이란」인질구출특공작전으로인한「밴스」의 국무장관사임파등, 「브라운」국방장관과 국무생간의 불화, 국방장관과 합삼의 군고위장성들간의 「펜터건」내부의 갈등등은 중요한 미국의 군사외교정책수행과정에서 일관성을 잃게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같은「카터」행정부의 쓰라린 경험을 잘알고 있는「레이건」은 적어도 새 행정부에서의 주요 대외정책은 완전히「헤이그」국무장관을 정점으로해서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결의를보이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관측통들은 앞으로 「헤이그」국무장관은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으로 임명된「리처드·앨런」이나, 국방장관으로 임명된「캐스퍼· 와인버거」를 완전히 압도하고 명실공히 미국외교의「주역」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고있다.
말하자면「헤이그」는 국무·국방·재무·법무·중앙석보국(CIA)의 책임자등 5명으로 구성될「레이건」행정부내의 『슈퍼캐비니트』중에서도 최고 책임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얘기다.
문제는 미국내의 진보파내지는 중도파들이 「레이건」행정부내에 강경파들이 너무많이 들어서 결과적으로「레이건-헤이그」「팀」은 「브레즈네프-호메이니」를 의협할 정도로 초강경정책을쓸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레이건」은 이러한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레이건」이 임명한 고위관리들의 면면을 보아도 중도적인 인물이 상당수 섞여있다. 이는 일부의 우려대로 「레이건」의 외교정책이 초강경이나 지나친 보수로 흐르지는 않을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레이건」의 측근들이 최근『「카터」대통령은 미국내좌파의 포로였으나 「레이건」은 우파의 포로는 되지 않을것』이라고 장담하는 걸보면「레이건」의 외교에는상당한 조화가 부여될것같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부통령「조지·부시」의 역할이 적지않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레이건」이 비록 지난번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의 51%의 지지밖에 못얻었으나「레이건」 을 반대했던 많은사람들도 「레이건」의 외교정책만은 지지하거나 최소한묵인할 것이라는게「레이건」진영의 희망이기도하다.
「레이건」외교의 예상되는또하나의 특징은 국무성내의 직업외교관 뿐만 아니라 국무성이외의 인사들, 예를들어 「헨리· 키신저」같은 장외인사들의 견해도 크게 고려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레이건」외교의 가장큰 과제는 「레이건」이 군비축소같은걸 반대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라는 인상을주면서 동시에 미군사력을 어떻게 증강시키느냐 하는방법론에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는 고도의 「테크닉」과 정치력을 필요로하는 험난한 과제이기때문이다.
【워싱턴=김건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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