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햇볕의 대가가 '한국은 빼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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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중국이 오는 23일 베이징(北京)에서 3자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대화 틀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3국은 이 예비회담을 통해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논의할 다자대화 틀의 대체적인 윤곽과 의제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장에 복귀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비회담의 성격을 갖는다 하더라도 직접적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배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북한.중국.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배제한 채 휴전협정을 체결한 당사국들이다. 이들이 또다시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원칙에서도, 북한이 말하는 소위 민족 공조의 원칙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이해 당사국들이 회담진행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이 또한 이번 3자회담에서 원칙과 의제 등을 규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리 정부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들 3국이 다자의 틀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주된 협상자로 참여하고 에너지 문제는 여기에 러시아 등을 참여시켜 논의하며 전체적인 평화 구도에는 6자가 될지, 10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식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한국이 모든 논의 구조의 주도적 참여자로서 확실히 참여할 수 있는 보장이 있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입지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1994년 북.미회담에서도 우리가 소외돼 우리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을 보더라도 이번 첫 단계 회담에서 한국이 또 배제된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에서 한국은 직접적 이해 당사자이자, 필수적 협의국으로서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적 행위자로 참석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이고도 주도 면밀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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